
사전투표를 이틀 앞둔 5월 27일,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간 대선 후보 단일화 논의가 결국 결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준석 후보가 단일화를 재차 거부하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준석 찍으면 괴물 이재명이 당선된다’는 식의 여론전을 통해 이 후보 고립에 나섰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이날 국회 소통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계엄 책임 세력과의 단일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후보는 “반(反)이재명이라는 기치 말고는 내세울 게 없는 김문수 후보가 전광훈, 이낙연 같은 과거 인물들을 끌어모아 잡탕 빅텐트를 꾸미고 있다”며 국민의힘의 단일화 프레임을 정면 비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단일화 거부 선언 직후, 사실상 ‘고사 작전’에 돌입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준석도 이재명 총통체제를 막는 공동 목표를 인정할 것”이라며 “삼자 대결 구도에서도 이길 수 있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이 후보 지지층을 이탈시키려는 여론 공세에 집중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김문수 후보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최전선”이라며 “이준석 후보와 함께 승리할 것”이라는 다소 모순된 메시지를 던졌다. 단일화는 없다고 하면서도, 동시에 ‘이준석은 우리 편’임을 암시하며 유권자들에게 혼선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윤재옥 선거대책본부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언급은 가급적 자제하고 있다”며 공개 압박은 자제하되 수면 아래 조율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단일화를 거부한 이준석에게 책임을 돌리는 동시에, 추후 여론의 흐름에 따라 그를 ‘변심한 분열세력’으로 몰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이와 함께 ‘단일화 불가 → 이재명 승리 → 자유민주주의 붕괴’라는 공포 프레임을 집중적으로 가동 중이다. 신동욱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번 선거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며 “이준석도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손학규, 이낙연, 전광훈까지 끌어모은 ‘빅텐트’에 이준석도 합류하라고 압박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의 전략은 단순하다. 이준석을 찍으면 괴물 이재명이 당선된다는 위기감을 조성해 개혁신당 지지표를 김문수로 흡수하려는 것”이라며 “자강론이니 시민주권이니 하는 미사여구 뒤엔 사실상 정치적 고립전술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후보는 “단일화 논의에 응한 적도 없고, 응할 이유도 없다”며 “저는 끝까지 완주해 이재명과 김문수의 낡은 정치 모두를 넘어서겠다”고 맞서고 있다.
대선의 향방이 ‘이재명-김문수-이준석’의 삼자 대결 구도로 굳어지는 가운데, 이준석 후보를 향한 국민의힘의 회유와 압박은 앞으로 더 노골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