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들이 전국을 누비며 막판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후보 배우자들의 유세 행보가 뚜렷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부인 설난영 씨는 주요 유세 현장을 따라다니며 ‘내조 유세’에 나선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민주당 측은 이에 대해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혜경 씨의 유세 불참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철저히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나서면 손해’?
김혜경 씨는 이미 과거 공직선거법 위반 및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각종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대중적 이미지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캠프 내부에서는 그녀가 유세 현장에 등장할 경우, 오히려 부정적 이슈가 재점화되며 중도층에 역효과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숨기기 전략’, 또는 ‘조용한 내조’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 민주당 인사는 “김혜경 씨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지금은 이 후보의 정책 메시지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설난영과의 극명한 대비
반면 김문수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씨는 상황이 다르다. 그녀는 최근 경북, 대구, 충청권 등지의 유세에 직접 동행하며, 김 후보의 성실함과 청렴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이어가고 있다. 유세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정치인의 배우자로서 너무나 당당하고 자연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김문수 캠프가 전통적 보수 유권자를 타깃으로 ‘가정 중심’과 ‘내조하는 아내’라는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김 후보의 종교적 이미지, 보수적 가치관과 맞물려 전략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침묵이 불러오는 역효과
김혜경 씨의 유세 불참은 아직까지 명확한 설명이 없다. 건강상의 이유, 사생활 보호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공식적인 해명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침묵이 ‘무언가 감추는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대선 유세에서 배우자가 전면에 나서는 장면은 후보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는 중요한 메시지다. 김혜경 씨의 반복적인 침묵은 유권자에게 불필요한 의심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대선에서 ‘배우자 변수’는 단순한 조연이 아니다. 누가 더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가, 누가 더 투명한가에 대한 국민의 판단은 후보자 본인 뿐 아니라 그 가족에게까지 확장되고 있다. 김혜경씨의 ‘실종’은 그런 맥락에서 가볍지 않게 읽힌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