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직선거법 사건 유죄 취지 파기 환송으로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사법리스크가 재점화하고, 한덕수 전 총리가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선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6·3 조기 대선을 30여일 앞두고 대형 돌발 변수들이 터져 나오면서 대선 판도는 불확실성이 커지는 양상이다. 이 후보의 대선 가도와 범보수 진영의 ‘반(反)이재명’ 빅텐트 구상이 중대 분수령을 맞아 예측불가의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은 단일대오를 유지하면서 이 후보 사법리스크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장 이날 이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 당선될 경우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은 중단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피고인이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면 임기가 끝날 때까지 기존 재판 절차를 정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이나 외환 혐의 외에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형사소추 문구의 해석을 두고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이 포함되는지 아닌지가 갈리고 있다. 민주당은 일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한 후 향후 대선 정국에 따라 본회의 처리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파기환송 선고를 두고 “사법 쿠데타” “대선 개입”이라며 강하게 비판하며 여론전에도 나섰다.
박찬대 상임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첫 선대위 회의에서 “(파기환송 결정은) 지극히 비상식적이고 불공정한 정치적 판결이자 대법원에 의한 사법 쿠데타, 대선 개입”이라며 “내란이 여전히 진행 중인 엄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파렴치한 국민 모독”이라며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한 전 총리가 권한대행 재임기에 사전 선거운동에 나섰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총공세에 나설 태세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선거법 유죄 취지 파기환송에 대해 “사실상의 유죄 확정 판결”이라며 “이 후보는 후보 자격이 상실된 것과 같다. 후보를 사퇴해야 한다”고 공세를 펼쳤다.
국민의힘은 또 2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전격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당내 경선에 이어 한 전 총리와 후보 단일화에 나설 태세다.
대통령 후보 등록 시한인 11일이 1차 단일화 마지노선으로 꼽힌다. 인쇄물 발주 등 선거 실무을 고려하면 7일까지는 단일화가 마무리돼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단일화 방식으로는 여론조사를 통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모델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콘클라베식 담판으로 단일화를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한 전 총리는 임기를 3년 단축하는 개헌을 매개로 한 빅텐트를 예고했다. 국민의힘에 입당해 단일화에 나서기 보단 무소속으로 민주당 비명계를 포함한 빅텐트를 시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전 총리는 “국내적인 대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 아주 우리에게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이 헌법 개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헌법 개정에 대해서 찬성하는 분들과는 어느 누구와도 협력할 것”이라며 “필요하면 통합도 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은 한 전 총리에게 단일화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전날 대법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유죄 취지 파기 환송으로 타격을 입으면서 향후 국민의힘 후보의 단일화 협상 태도가 강경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문수 후보는 한 전 총리와 후보 단일화를 대선 경선 후보 중 가장 먼저 꺼내들었지만 ‘양보는 아니다’는 입장이다. 한동훈 후보는 한 전 총리와 단일화 필요성을 인정하되 국민의힘 후보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동훈 후보는 이날 오전 경남 창원 마산어시장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선거는 국민이, 당원이, 지지자가 하는 것이다. 그 뜻에 따를 것이다. 모든 사람과 함께 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우리 당은 대통령 후보가 선출되면 후보 중심으로 이기는 길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기 3년차에 개헌 후 퇴진’이라는 한 전 총리의 구상에 대해 “제 (대통령 임기) 3년 논의가 다른 사람들보다 왜 주목받느냐”며 “저를 좋아하지 않고 반대하는 분들도 제가 약속 지키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정치인의 말을 믿지 말라. 행동과 선택을 믿어라”고 했다.
김문수 후보는 전날 이장우 대전시장과 회동한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당원들이 납득할 방법으로 (단일화가) 돼야하지 않겠냐는 입장”이라며 “당원과 국민이 애를 써서 뽑아준 후보가 양보를 한다고 할 때는 명분이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한 대행이 후보로 등록하시면 구체적으로 단일화를 위한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같은날 페이스북에 “김문수 단독후보면 이긴다. 대세는 김문수”라는 게시물을 올리는 등 지지층을 단속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후보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과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공식화, 이어지는 단일화 논의 및 빅텐트 흐름 등 변수가 많아지면서 한달 앞둔 대선 정국이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다음 주 여론 흐름을 잘 살펴봐야 할 것 같다”며 “중도·부동층 유권자들의 표심이 누구를 향할지 예의주시해야 할 국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