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에 거주·체류하는 유권자들을 위한 제21대 대통령선거 재외투표가 20일(현지 시간) 전세계에서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아직 본투표까지는 2주가 남았으나, 세계에 흩어진 교민들에게도 선택지를 주기 위해 미리 투표소가 열린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재외선거는 이날부터 오는 25일까지 전세계 118개국 223개 투표소에서 실시된다.
재외선거는 국내 선거와 달리 사전에 신청한 이들만 참여할 수 있다. 등록한 전체 유권자는 총 25만8254명으로, 20대 대선보다는 14.2% 늘었고 19대 대선보다는 12.3% 줄었다.
대륙별로 보면 아시아가 12만8932명으로 가장 많고, 미주(7만5607명)와 유럽(4만3906명)이 뒤를 이었다. 국가별로는 미국(5만1885명), 일본(3만8600명), 중국(2만5154명) 순이다.
현지시간에 따라 진행되다보니, 시작 시점이 천차만별인 점도 특징이다.
재외선거는 날짜변경선과 가장 가까운 뉴질랜드대사관과 오클랜드분관, 피지대사관 재외투표소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는데, 한국시간으로는 20일 오전 5시에 시작됐다.
가장 먼저 투표를 한 유권자는 오클랜드분관 참관인 김현서씨다. 김씨는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거주하는 예비 대학생으로 알려졌다.
맨늦게 투표소가 문을 연 곳은 미 하와이주 호놀룰루 투표소다. 한국시간으로는 21일 오전 3시부터 시작돼 뉴질랜드와는 22시간 차이가 난다. 종료 시점 역시 하와이가 거의 하루 늦다.
계엄과 탄핵으로 갑작스럽게 잡힌 일정이지만 유권자들의 발길은 첫날부터 투표소로 향했다.
투표 첫날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주중대사관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인근 도시 톈진에서 버스로 세시간을 달려온 교민들이 상당수였다. 통상 한시간이면 올 수 있는 거리지만, 버스가 여러 지역을 돌고 공안의 신분증 검사 등을 통과하느라 시간이 세배 정도 걸렸다고 한다.

톈진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이재성씨는 “투표가 중요하니 업무를 비우고 달려왔다”며 “대한민국의 안정이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주미대사관이 있는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코리안커뮤니티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도 속속 발길이 이어졌다.
비엔나에 거주하고 있는 도익환(55)씨는 “급하게 생겨난 대선이라 고민이 되기는 했지만, 앞으로 5년간 한국이 어떤 방향으로 갔으면 좋을지에 맞는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했다.
투표를 위해서는 신분확인 절차를 먼저 거쳐야 했다. 한국 여권이나 주민등록증이 있으면 좋지만, 이를 잊었더라도 현지 정부가 발행한 신분증이 있으면 가능하다.
신분이 확인되면 선거관리위원회 직인이 찍힌 대통령선거 투표용지와 이를 담을 봉투를 건네받는다. 이후 별도로 마련된 투표소로 이동해 투표를 진행한다.
투표용지에는 ▲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2 국민의힘 김문수 ▲4 개혁신당 이준석 ▲5 민주노동당 권영국 ▲6 자유통일당 구주와 ▲7 무소속 황교안 ▲8 무소속 송진호 등 7명의 이름이 순서대로 적혀있었다.
구주와 후보는 지난 18일 사퇴했으나, 재외선거 투표용지에는 반영되지 않아 이름이 그대로 찍혀나왔다. 사퇴라는 표시도 따로 없었다.
투표용지는 접어서 함께 교부받은 봉투안에 집어넣고, 봉투 끝에 있는 스티커를 제거하면 밀봉이 가능하다. 이를 감독관 앞에 있는 투표함에 넣으면 투표가 완료된다.
일각에서 부정선거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는 만큼, 각 투표소에는 선관위 관계자 외에 참관인이 배치돼 혹시 모를 부정을 감시한다.
투표시간이 종료되면, 참관인 등 앞에서 투표함을 열어 투표봉투 숫자와, 실제 투표한 유권자 숫자를 비교한다. 투표봉투들은 금고 등에 보관됐다가 전체 선거가 끝난 후에는 외교행낭으로 봉인돼 한국으로 곧바로 보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