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SCAD라고 하는 미술디자인대학교에서 UX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입니다. 이제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졸업을 앞두고 있어서 취업 준비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제가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를 해외에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안 건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제22대 국회의원 재외선거 포스터를 본 순간이었습니다. 이전에는 ‘해외에 있으면 어쩔 수 없이 국내의 여러 가지 상황과는 좀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넘겨버리곤 했습니다.
헌데 이 포스터를 본 순간 정작 제가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던 UX(User Experience) 디자인 (편집 주;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 제품과 콘텐츠 그리고 여러 서비스 등에 적용되는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으면서 정작 사용자의 ‘접근성’이라는 부분을 제 생활에서는 깊이 고민하지 않고 지나쳐버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해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때마침 당시 학교 과제였던 ‘좋은 홈페이지 사용자 경험’이란 주제 내용처럼 중앙선관위 홈페이지가 효율적으로 구조가 아주 잘 잡혀 있었습니다. 특히 한 단계씩 클릭하면서 흐름을 따라가보니 친절하고 간결하게 정리가 되어있어 좀 놀랐습니다.
한글과 영어 등 언어 지원은 물론이고 직관적인 메뉴 구조 덕분에 적절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게 디자인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 그대로 훌륭하게 ‘사용자 중심’으로 제작된 홈페이지 덕분에 쉽고 빠르게 재외선거에 대한 내용을 알 수 있었고 따라서 좋은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 왜 중요한지 저의 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었던 잊지 못할 기억이 납니다.
재외선거 투표기간에 맞춰서 애틀랜타 총영사관으로 갔습니다. 미드 타운에 위치한 저희 학교 캠퍼스에서 버스로 약 15분만에 도착해서 투표를 마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0여분이었습니다. 여권을 제시하고 서명하는 곳에 서명한 후 투표용지 받아서 기표하면 모두 끝!
이런 모든 절차를 간편하게 마칠 수 있었던 이유는 투표소 입구 안내부터 투표 동선과 투표함 위치까지 누구나 쉽고 빠르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재외투표소의 훌륭한 디자인과 동선 즉 ‘범용적 디자인’ 덕분이었습니다.
전문용어로는 이것을 ‘유니버셜 디자인 (Universal Design)’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지난 학기 산학연계 과제로 딜로이트(Deloitte) 와 함께 ‘공공 보건 UX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정부가 보건 기관을 통해 제공하는 정보가 국민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 여러 학생들에 의해 지적된 바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연구하면서 정부의 정책 메시지가 국민들의 신뢰와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한 디자인이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됐습니다. 그런데 저는 해외에서 처음 해보는 재외선거 참여를 통해서 학교의 그 어떤 프로젝트 보다도 더 피부에 체감되는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아 제가 하는 공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됐습니다.
해외에서 투표를 마치고 SNS에 올린 인증샷, 소셜에서 화제 만발!!
제가 투표 인증샷을 올렸더니 역시 친구들이 바로 반응하더군요. “해외에서도 투표가 가능해?”라며 많은 친구들이 신기해 하며 제게 물어봤습니다. 덕분에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오랜만에 수다를 떨면서 우리 나라의 젊은이로서 내 나라에 대한 관심과 정치에 대한 생각들을 나눌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왠지 뿌듯하고 스스로 대견스러웠다고 할까요? 아무튼 재외선거 참여가 저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느끼게 해주고 무언가 큰 일을 해낸 것처럼 기분이 참 좋아 지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선거에도 ‘UX 디자인’이 아주 중요한데 우리 나라는 이미 훌륭하게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었구나” 하는 사실을 알았던거죠.
혹시 주변 또래 친구들 가운데 재외국민 친구들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보세요.
“우리 같이 투표하러 갈래?” 이거 은근 신나고 멋진 경험이야!”
디자인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처럼 정치도 행복한 삶을 위한 시스템이고 디자인이 삶의 불편함을 해결하듯 선거는 나와 우리의 삶을 개선하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선거 경험을 통해’”해외에 멀리 있어도 우리는 언제나 태어난 곳, 대한민국과 맞닿아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