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의 텍사스로 불리는 서부 앨버타 주가 연방에서 탈퇴할 지를 두고 주민투표를 할 계획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 보도했다.
인구 약 500만 명인 앨버타는 캐나다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주이며, 주로 미국에 수출하는 캐나다 석유·가스 산업의 중심지다. 보수적인 정치 성향으로 흔히 “캐나다의 텍사스”로 불린다. 소수지만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세력이 존재해 온 곳이다.
주민투표만으로 앨버타가 캐나다에서 독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캐나다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등 여러 법적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주민투표에 부치려는 움직임은, 오래도록 쌓여온 앨버타 주민들의 불만과 분노가 본격적으로 표면화되고 있다는 신호다.
많은 앨버타 주민들이 연방정부가 앨버타의 풍부한 석유·가스 산업을 부당하게 제약하면서 세금만 거둬간다는 불만을 품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고 발언하고 진보적인 자유당 연방정부가 재집권하자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독립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앨버타 주가 캐나다 여타 지역에 비교해 천연자원이 풍부하기에 자립 기반이 탄탄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지난달 총선 직전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앨버타 주민의 약 30%만이 자유당이 재집권할 경우 독립이 좋은 선택이라고 응답했다. 또 감정적 차원을 넘어 정치적 신념으로 분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더 적은 것으로 과거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
앨버타 주의 다니엘 스미스 총리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보수주의자지만 앨버타의 분리 독립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힌다.
그는 그러나 분리론이 부상하는 것을 이용해 연방정부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협상하는 지렛대로 삼을 계획이다. 기후변화 대응 규제로 얽매인 앨버타 석유 산업에 대한 규제를 푸는 것이 목표다.
쥐스탱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는 10년 재임 동안 탄소배출 상한선, 환경평가 강화 등 기후 중심 정책을 강력히 추진했다.
이와 관련 앨버타 주에서는 트뤼도 정부의 정책이 앨버타 주가 광물 및 화석연료 자원을 개발, 수출하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불만이 커져 왔다.
스미스 앨버타 총리는 지난달 28일 마크 카니 새 연방 총리 당선 하자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그는 다음 날 주민투표 요구를 쉽게 만드는 법안을 발의했고 최근 이 법안이 주 의회를 통과했다.
주민 투표를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이 이미 투표 발의에 필요한 수십만 건의 서명을 확보한 상태다.
반면 앨버타 주의 주요 유권자 집단인 원주민들은 스미스 총리의 독립 요구 주민투표 추진에 강력히 반대한다.
앨버타 주 출신인 카니 연방 총리는 앨버타 주의 독립 움직임에 반대하지만 주민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매우 신중하게 발언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