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내 전기차 판매가 4월 들어 전월 대비 약 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내연기관을 포함한 전체 자동차 판매는 10% 증가한 것과 대비되며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리서치업체 모터 인텔리전스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며, 월간 전기차 판매 감소는 2021년 이후 이번이 세 번째라고 전했다.
이번 판매 감소는 테슬라, 현대차, 기아, 포드 등 주요 브랜드 대부분에서 나타났으며, 미국 전기차 시장의 절반가량을 점유하는 테슬라는 무려 13%나 판매가 줄었다.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의 주력 모델인 R1T 픽업트럭과 R1S SUV는 판매량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리비안 CEO RJ 스캐린지는 “소비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가격에 민감해졌다”며, 평균 판매가가 8만8천달러에 달하는 자사 차량의 수요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 엘몬테 지역 도요타 매장을 운영하는 더그 에로 사장은 “고객들이 도요타 전기차 bZ4X에 관심을 보이다가 충전 문제를 걱정하며 결국 내연기관차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전기차 가격이 매력적이지만, 충전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하면 더 스트레스가 덜한 선택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딜러들 사이에서는 할인 혜택의 축소도 판매 감소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네브래스카와 캔자스, 콜로라도 등지에서 20개 자동차 매장을 운영하는 박스터 오토 그룹의 미키 앤더슨 대표는 “이전의 프로모션이 수요를 견인했다”며 “실제 수요는 그 절반 수준이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토퍼시픽의 에드 김 사장도 “최근 전기차 리스 조건이 수개월 전보다 매력도가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때 4만2천달러짜리 현대 아이오닉5를 2만2천달러짜리 엘란트라보다 저렴하게 리스할 수 있었던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테슬라의 판매 급감 배경에 일론 머스크 CEO의 정치적 행보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테슬라는 1분기 실적 보고에서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워진 데 따른 소비자 반감과 함께 모델Y의 생산 차질이 악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워싱턴 DC에서 폭스바겐, 기아, 도요타 등을 판매하는 포한카 오토모티브 그룹의 제프리 포한카 회장은 “전기차 시장은 다양한 요인에 따라 요동치고 있다”며 “한 달 수치를 갖고 시장 추세를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수요 위축이 일시적 현상인지 구조적 전환의 신호탄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