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최대 화물철도와 노동조합 간에 치열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30년 만에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을 지를 놓고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측과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파업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혹시 모를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현재 가장 큰 철도노조 2곳이 사측과 협상을 진행하는 동시에 주요 철도업체들은 오는 16일 파업 시한을 이틀 앞두고 위기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화학물질의 수송 보류다. 잘못 운송됐을 때 발생하는 파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노퍽 서던은 고객들에게 “14일 저녁부터 물건이 가득찬 인터모달 컨테이너 배송도 중단된다”며 “에탄올과 석탄, 대부분의 곡물이 철도로 이동한다는 점에서 관련 기업들에 미칠 파업 여파는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화물철도 노사는 여전히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대표적인 12개 철도회사 노동자들은 지난 2020년부터 근무조건 향상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협상해왔다. 사측은 5년 계약에서 24% 인상과 5000달러(약 696만1000원) 보너스를 요구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비상대책위원회 권고에 따라 대부분의 노조와 잠정적인 합의에 도달했다. 이 계약에는 1년에 유급휴가 1일 추가와 건강보험료 인상도 포함된다.
하지만 이중 SMART와 BLET(Brotherhood of Robilotive Engineers and Trainmen)는 여전히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파업을 막으려면 12개 노조가 모두 동의해야 하는데, 이들 조합원은 전체 노동자(11만5000명)의 절반에 가까운 약 6만명이다. 노조는 권고된 임금 인상 외에도 예측할 수 없는 작업 일정과 엄격한 출근시간 관련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파업 위기가 고조될수록 바이든 행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중간선거를 두 달 앞둔 바이든 행정부는 파업 시 경제적 피해가 막대하다는 점에 우려하고 있다. 미 철도는 화물 운송의 약 30%를 차지하는 데다 파업 시 식량과 연료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고, 교통혼란과 인플레이션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주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가 주도하고 노동장관이 참여한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별달리 진전이 없자, 바이든 대통령은 양측 지도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합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 Impending rail strike on Friday could cost up to $2 billion a day
~50% containers at Port of Los Angeles already waiting to leave by train | East Coast overloaded
➡️⚠️If strike happens, movement of goods in U.S. will come to a standstill
On #shipping , #ff @mercoglianos pic.twitter.com/drfIZb0ubA
— Prof. Michael Tanchum (@michaeltanchum) September 12, 2022
바이든 행정부는 노사간 합의 노력 못지 않고 파업 위기 대비태세에도 돌입했다. 철도로 운송하던 화학물질을 비롯한 상품들을 수송할 트럭과 배, 비행기 활용 계획을 앞다퉈 모색 중이다. 동시에 백악관은 사측과 노측 사이 의견 차이를 해결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들이 합의에 이르지 못해 미국 가족과 기업, 농민, 지역사회가 피해를 입게 될 피해를 분명히 했다”며 “파업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분주하다. 이들은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의회가 파업만은 저지해 줄 것을 촉구하는 동시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철도로 물건을 납품하는 기업은 물론 여객철도도 파업 영향권에 들어있다. 화물철도 중 한 곳의 선로에서 운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암트랙(Amtrack)은 파업 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장거리 열차 몇 대의 운행을 이미 취소했다.
암트랙은 시카고부터 서부 해안을 달리는 캘리포니아 제피어와 엠파이어 빌더 노선도 중단했다. 14일부터 다른 노선 몇 개를 포함 스타라이트와 텍사스 이글 노선 등도 운행하지 않을 예정이다. 통근철도인 시카고를 지나는 메트라는 파업 시 대부분의 열차 운행이 중단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철도노조 소속 근로자가 참여하는 철도노조 연합 론케이민코우 사무총장은 “현재 노조가 과한 것을 요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반 직장인처럼 불이익을 받지 않고도 휴가를 낼 수 있는 것 정도”라며 “우리는 점점 엄격한 출퇴근 규율을 적용 받느라, 병원에 가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힘들게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