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30일 화성-12형으로 추정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시험 발사한 가운데 북한이 이에 앞서 극초음속 활공체 발사를 통해 사전 준비를 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북한은 이날 오전 화성-12형으로 추정되는 IRBM 1발을 동해상으로 쐈다. 비행 거리는 약 800㎞, 고도는 약 2000㎞로 탐지됐다.
비행 거리와 고도로 볼 때 이번 미사일은 2017년 발사됐던 IRBM 화성-12형으로 추정된다. 이날 북한이 고각 발사를 한 점을 고려할 때 정상 발사 시 사거리는 500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IRBM은 사거리가 3000~5500㎞인 탄도미사일이다. 이보다 한 단계 높은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은 사거리가 5500㎞ 이상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다음 수순으로 ICBM 발사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이미 개발 성공을 선언했던 ICBM을 재등장시켜 미국을 위협할 것이라는 의미다.

이를 놓고 전문가들은 이번 IRBM 발사, 그리고 다가올 ICBM 발사를 앞두고 북한이 극초음속 활공체를 통해 사전 준비를 했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5일과 11일 이뤄진 극초음속 활공체 시험 발사가 실제로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을 가다듬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는 것이다. 극초음속 활공체는 탄도미사일 추진체의 탄두부에 장착된다. 활공체는 하강 단계에서 추진체와 분리된 뒤 대기권에서 변칙적인 활공 비행을 한다. 그간 전문가들은 북한이 화성-12형 추진체의 탄두부에 극초음속 활공체를 부착했다고 분석해왔다.
류성엽 21세기 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지난 11일 북한이 극초음속 활공체 시험 발사를 한 뒤 북한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류 위원은 당시 보고서에서 “3차 시험(1월11일)의 최대속도 약 마하 10은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사거리 충족기준인 마하 9보다 높고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과 동일한 기술을 공유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동 활동은 북한의 실질적인 중장거리 미사일 활동 재개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동 발사체들의 개발을 통해 고체연료 기반의 기존 이스칸데르형 미사일 대비 다소간의 사거리 증대 외에 획득할 수 있는 추가적인 전술적 이점이 없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 활동의 실질적인 목표가 대륙간 탄도탄의 재진입체 관련 기술의 확보 목적이라는 의심을 가능하게 한다”고 짚었다.
이후 약 20일 만인 30일 북한이 실제로 화성-12형으로 추정되는 IRBM을 쐈다.
그러자 류 위원은 “북한은 지난해 9월28일과 올해 1월5일, 1월11일 등 3회에 걸쳐 화성-12형의 1단 발사체를 단축한 형상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다. 이 때 관련 활동의 의도를 ‘북한 중장거리 미사일 활동 재개 및 대륙간 탄도탄 재진입체 기술확보 목적 의심 가능’으로 평가한 바 있다”며 “오늘의 추정 화성-12형급 미사일의 활동 역시 이 같은 활동의 연장선상으로 평가한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북한이 실제 의도를 숨긴 채 무기를 개발하는 동향은 여럿 감지되고 있다.
지난 25일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놓고 실제 의도는 제트엔진 기술 연마와 무인기 개발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8일 북한 순항미사일 시험에 대해 “2시간 이상 비행했다는 것은 탑재된 터보팬 엔진의 장시간 비행의 신뢰성과 안정성 등이 확인됐다고 볼 수 있다”며 “이를 더욱 더 성능 개량할 경우 상당한 시간 체공이 가능한 무인기 개발에도 활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