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관계가 전면 붕괴됐다. 일각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백악관 안팎에서 머스크를 ‘통제 불가 리스크’로 인식해왔다며 이번 공개 결별이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7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트럼프와 머스크 간 파국의 내막을 집중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머스크가 지난 5일 SNS ‘엑스(X)’에서 공개 비난을 퍼붓자 주변 인사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려 격분을 토로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는 머스크를 “대단한 마약 중독자(big-time drug addict)”라고 표현하며 그의 돌발행동을 약물 탓으로 돌리는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트럼프와 머스크의 균열은 이보다 훨씬 이전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2월, 머스크가 주도하던 ‘정부효율부(DOGE)’가 연방정부 전체에 업무 성과 보고 이메일을 일방적으로 발송하면서 백악관 내부의 신뢰가 급속히 무너졌다는 것이 WP의 분석이다. 이메일은 행정부 고위층은 물론 연방 판사와 민감 기밀 부서에도 발송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은 해당 사건을 계기로 머스크와 결별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DOGE 팀은 정부 구조조정 작업을 밀어붙이며 반(反)트럼프 진영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백악관 내의 불만이 본격적으로 폭발한 사건은 4월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였다. 머스크가 지지한 보수 후보가 패배하자 백악관은 그를 ‘정권의 골칫덩이’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같은 달, 머스크는 백악관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욕설과 주먹다짐 직전까지 가는 충돌을 벌였다. 이를 두고 스티브 배넌 전 수석전략가는 “럭비 선수처럼 어깨로 들이받았다”고 묘사했다.
머스크가 테슬라 경영에 집중하겠다며 백악관 일선에서 물러난 4월 말, 분위기는 더 격화됐다. 트럼프 측근들은 곧장 반격에 나섰고, 인사국장 세르지오 고르는 머스크 측근으로 지목된 NASA 국장 지명자의 민주당 후원 전력을 문제 삼아 낙마시켰다. 이는 머스크의 우주 사업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됐다.
트럼프는 겉으로는 머스크의 퇴장을 ‘환송회’까지 열어주는 등 우호적으로 마무리하는 듯 보였지만, 정작 머스크가 트럼프 핵심 정책인 감세 법안을 정면 비판하자 모든 인내심이 무너졌다. 결국 트럼프는 5일 기자들 앞에서 “매우 실망했다. 우리 관계가 더 이상 좋을지 모르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을 그었다.
이후 트럼프와 머스크는 공개 비난전을 이어갔고, 머스크를 부통령 후보로 추천했던 JD 밴스 부통령조차 “머스크가 큰 실수를 했다”고 밝혔다.
정권 핵심에서 ‘왕의 남자’로 불리던 머스크는 이제 트럼프에게 ‘손절된 골칫덩이’로 전락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