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현지 시간)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취임 후 첫 전화통화를 진행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나 백악관은 별도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통화 내용을 빠르게 발표한 한국과는 온도차가 감지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시간으로 이날 밤 10시부터 약 20분간 통화했다.
미국 현지시간으로는 오전 9시에 통화가 이뤄진 셈이다. 하지만 이날 오후 4시가 지나도록 트럼프 대통령이나 백악관은 관련 내용을 발표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한미 정상 통화와 관련해 보도자료 배포 계획이 있는지, 백악관의 반응은 무엇인지에 대한 뉴시스 서면질의에 “전화통화를 한 것이 맞다”고만 답했다. 보도자료를 배포할지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모습이다.
3년전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와는 결이 다른 행보다. 당시 백악관은 2022년 한국 대선 이후 한미 정상간 통화가 이뤄지자, 보도자료를 배포해 한미동맹 강화와 대북 대응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백악관은 전임 행정부와 달리 해외 정상과 통화소식을 보도자료로 거의 배포하지 않는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이 SNS 트루스소셜에 해외 정상들과의 통화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 지난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SNS를 통해 발표했고,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다.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 SNS는 뜨거운 편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기준금리 인하 촉구, 중국과 고위급 무역협상 일정 등 현재까지 10건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이 대통령과 첫 상견례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하지 않았다.
통화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다른 현안들을 다루느라 발표가 늦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 의도를 갖고 발표하지 않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한미 정상간 첫번째 통화는 이 대통령 취임 사흘차에 이뤄졌다. 역대 대통령, 당선인과 비교했을 때는 다소 늦은 시점이다.
윤석열·문재인·이명박·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선·취임 당일 미국 정상과 통화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하루 뒤 통화가 이뤄졌다.
김현종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달 8일 이 대통령 대선 캠프 외교·안보보좌관 자격으로 백악관을 방문,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과 직접 소통했다. 김 전 차장은 당시 면담 성과를 적극 홍보했으나, 결과적으로 면담이 조속한 한미정상 통화로는 이어지지 못한 모습이다.
한편 이날 통화에서는 한미동맹 발전 방향과 관세 협상에 대한 의견 등이 오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이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축하했고, 이 대통령은 축하에 사의를 표했다. 관세 협의와 관련해서는 양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 ‘방미’ 초청을 했으며, 이 대통령은 “한미가 특별한 동맹으로서 자주 만나 협의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서로가 겪은 암살위험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고, 향후 동맹을 위한 골프 라운딩을 함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