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이 취임 사흘째를 맞았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축하 전화는 아직 오지 않았다. 역대 한국 대통령들이 취임 직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해온 관례에 비춰볼 때, 이번 통화 지연은 이례적이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새 정부가 첫 외교 시험대부터 ‘국제 왕따’ 조짐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재명은 지난 6월 4일 공식 취임과 동시에 “한미 동맹 강화를 통한 대한민국 안보 수호”를 외교 기조로 내세우며 강한 동맹 의지를 밝혔다. 대선 기간 중에도 “실용 외교”를 강조하며 친중·반미 프레임을 경계했지만, 트럼프는 여전히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의 침묵, 단순 지연인가 의도적 메시지인가
트럼프는 전 세계 정상들과의 소통에서 기존 외교 프로토콜을 무시해온 전례가 있다.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와의 관계 파탄, 감세 법안 논란 등 내부 정치 이슈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단순한 통화 지연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외교가에선 보다 구조적인 긴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특히 한국의 최대 안보 동맹인 미국 대통령과의 첫 통화가 지연될 경우, 이는 국제사회에 미묘한 신호를 줄 수 있다. 상징적인 통화 한 통이 갖는 외교적 의미를 감안할 때, 이재명 정부의 출발부터 균열이 비칠 수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선 트럼프가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나 균형 외교 노선을 탐탁지 않게 보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있다. 또는, 특정한 정치적·외교적 메시지를 의도해 통화를 늦추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첫 외교 무대는 G7 정상회의?
이재명의 첫 국제무대는 이달 15일부터 캐나다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옵서버 자격으로 초청될 가능성이 있으며, 대통령실도 “구체적 의제가 있다면 참석을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G7 회의 참석이 성사될 경우, 이재명은 국제사회에 공식 데뷔하는 셈이다. 주요국 정상들과 직접 대면하며 외교 무대에서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지만, 트럼프와의 관계 설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메시지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외교력 시험대에 오른 이재명
대통령실은 “한미 정상 간 통화는 일정 조율 문제일 뿐”이라며 “한미 동맹은 여전히 굳건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단순한 절차 지연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다. 이재명이 후보 시절부터 주장해온 실용 외교, 균형 외교가 현실 정치와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여부는 결국 외교적 성과로 판단받게 될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새 정부가 사법 리스크와 외교적 고립이라는 이중 부담 속에서 출범한 상황”이라며 “트럼프와의 첫 통화 성사 시점이 외교 안정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의 외교는 출발부터 시험대에 올랐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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