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석. 정치권에서 오래된 이름이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질문들을 품고 있는 인물이다. 이재명이 그를 국무총리로 지명한 지금,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이 인물이 과연 ‘국정 2인자’ 자격이 있는가?
2000년 5월 17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20주년을 하루 앞둔 밤. 김민석은 광주 시내의 새천년 NHK 룸살롱에서 여성 접대부들과 유흥을 즐겼다. 같은 시간, 광주 시민들은 도청 앞 분향소에서 촛불을 밝히고 희생자들을 기리고 있었다.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도시 한가운데에서, 그것도 그 전야에 벌어진 이 행위는 단순한 ‘부적절한 처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역사와 희생에 대한 무례이자 모욕이었다.
이 장면은 동료 정치인 임수경에 의해 폭로됐다. 임수경은 “5·18을 하루 앞둔 밤에, 그것도 광주에서 룸살롱에서 여자를 끼고 술자리를 벌이는 모습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며 공개적으로 김민석의 행태를 고발했다. 이 폭로는 당시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김민석은 대중 앞에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시간이 흐르며 다시 여권 핵심 인사로 복귀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국무총리 지명이라는 무게 있는 자리로 돌아왔다.
더 충격적인 것은 김민석이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내뱉은 발언이다. 그는 2002년 민주당 대선 경선 국면에서 “노무현은 내가 죽인다”는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것이 한때 같은 당에 몸담았던 동지에 대한 정치적 공격이자,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압축하는 상징이 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재명은 취임사에서 “5·18 정신을 헌법에 담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정작 5·18 전야에 룸살롱에서 술자리를 즐기고, 동료 정치인을 향해 살의를 품은 듯한 말을 내뱉은 인물을 총리로 지명했다. 이 얼마나 뻔뻔하고 이중적인가.
김민석의 총리 지명은 단순한 정치적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도덕의 실종이고, 역사에 대한 무지이며,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민주주의는 잊지 않는 것에서 출발한다. 광주와 노무현을 기억하는 국민이라면, 과연 이 인사를 묵과할 수 있을까.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