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기업들이 글로벌 무역 전쟁의 여파로 물류비 증가, 공급망 혼란, 불확실한 소비자 수요 등 이른바 ‘삼중고’에 직면하고 있다.
3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공급망관리전문가협의회(CSCMP)는 연례 보고서를 통해, 미국 기업들이 지난해 운송비·재고 보유비·기타 배송 관련 비용 등 물류에 총 2조6000억 달러를 지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보다 5.4% 증가한 수치다.
물류비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8.7%에 해당하며, 이는 2023년과 같은 수준이다. 팬데믹 시기 최고치였던 2022년 10.5%에 비해서는 낮아진 수치로, 당시 기업들은 공급망 혼란과 과잉 재고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보고서는 지난해 물류 활동이 특정 시점마다 지출이 오르내리는 등 팬데믹 이전의 계절성을 일부 회복하며 안정을 되찾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트럼프 전 행정부의 무역 정책 변화로 인해 다시금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운송 컨설팅 책임자 폴 빙엄은 “올해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유연한 계획이 필요하다”며 “우리 모두가 익숙한 수준보다 훨씬 더 빠르고 지속적으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많은 소매업체와 제조업체들은 트럼프 전 행정부의 새로운 관세에 대비해 초과 재고를 쌓았으나, 관세가 발효되자 신규 주문을 줄였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1~3월 미국 경제는 0.2% 위축돼 3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는데, 이는 관세를 피하기 위해 기업들이 상품 수입을 앞당긴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부 소매업체는 가격 인상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으며, 관세 여파로 4월 개인소비지출(PCE)은 전월 대비 큰 폭으로 둔화됐다.
미국 소매 체인 타겟의 수석 부사장(글로벌 재고 관리·운송·무역 담당) 브렌던 딜런은 소비자들이 관세에 대한 불안함으로 비필수 소비재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변화하는 무역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공급업체 네트워크를 활용해 소싱을 다변화하고, 공급망의 유연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딜런은 “우리는 상시 가동되는 계획 체계를 운영하고 있고, 변화하는 변수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사이클을 더욱 빠르게 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서부 대표 항만인 롱비치항의 최고운영책임자 노엘 하세가바는 물류업계가 무역 정책 변화로 인한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꽤 오랜 기간 정상적인 해를 보내지 못했다. 계속되는 혼란에 직면해 있다”며 “지금은 아마 우리가 본 적 없는 가장 짙은 안개 속에 있으며, 모두가 함께 그 안개 속을 헤쳐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