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사태가 다시는 안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미국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재외투표가 시작된 20일 정인수씨는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난 뒤 취재진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20대 중반 대학생인 정씨는 휴학을 하고 영어공부를 위해 미국 버지니아주를 찾았는데, 출국 전 돌연 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내심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정씨는 “오기 전에 그 사건이 터지면서 좀 많이 힘들었다. 여기로 올 수 있을지 없을지도 걱정을 했다”면서 “이번 대선에서 (의지표현을) 좀 더 확실하게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투표하게됐다”고 말했다.
새 대통령에게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이런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버지니아주 비엔나에 거주하고 있는 도익환(55)씨도 비슷한 심정을 드러냈다. 2011년부터 미국에 자리잡은 도씨는 재외선거 도입 이후 매번 선거에 참여했다.
도씨는 “급하게 생겨난 대선이라 고민이 되기는 했지만, 앞으로 5년간 한국이 어떤 방향으로 갔으면 좋을지에 맞는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별로 좋은 대통령 선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간에 대통령이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그만뒀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이 탄핵돼서 생긴 두 번째 선거인데, 한국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해외에 거주·체류하는 유권자들을 위한 제21대 대통령선거 재외투표가 이날부터 시작되면서, 미국에 있는 37개 투표소도 문을 열었다
투표는 이날부터 25일까지 엿새간 가능하다. 이번 재외투표는 전 세계 118개국 223개 투표소에서 진행된다.
재외선거는 국내 선거와 달리 사전에 신청한 이들만 참여할 수 있다. 이번 대선에는 미국 유권자 5만1885명이 재외선거 참여를 신청했다.
주미대사관이 있는 워싱턴DC 및 인근 지역에선 4272명이 등록했고, 지난 대선과 비교하면 18명 늘어난 수치다.
이날 오전 찾은 미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코리안커뮤니티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드문드문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투표를 위해서는 신분확인 절차를 먼저 거쳐야 한다. 여권이나 주민등록증이 있으면 좋지만, 이를 잊었더라도 현지 정부가 발행한 신분증이 있으면 가능하다.
신분이 확인되면 선거관리위원회 직인이 찍힌 대통령선거 투표용지와 이를 담을 봉투를 건네받는다. 이후 별도로 마련된 투표소로 이동해 투표를 진행한다.
투표용지에는 ▲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2 국민의힘 김문수 ▲4 개혁신당 이준석 ▲5 민주노동당 권영국 ▲6 자유통일당 구주와 ▲7 무소속 황교안 ▲8 무소속 송진호 등 7명의 이름이 순서대로 적혀있었다.
구주와 후보는 지난 18일 사퇴했으나, 재외선거 투표용지에는 반영되지 않아 이름이 그대로 찍혀나왔다.
투표용지는 접어서 함께 교부받은 봉투안에 집어넣고, 봉투 끝에 있는 스티커를 제거하면 밀봉이 가능하다. 이를 감독관 앞에 있는 투표함에 넣으면 투표가 완료된다.
일각에서 부정선거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는 만큼, 이러한 모든 과정은 정당 추천을 받은 선거참관인들이 지켜본다. 사전에 구성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 역시 현장을 지키고 있다.
매일 매일 투표시간이 종료되면, 감독관들 앞에서 투표함을 열어 투표봉투 숫자와, 신분확인에서 확인된 유권자 숫자를 비교한다.
당일 수거된 투표봉투들은 총영사관 금고 안에 보관되며, 전체 선거가 끝난 후에는 외교행낭으로 봉인돼 한국으로 곧바로 보내진다.
조현동 주미대사 부부도 이날 오전 9시께 투표소를 찾아 한표씩을 행사했다.
조 대사는 “이번 재외선거는 2012년 시작 이래 가장 준비기간이 짧았던 선거였다. 그럼에도 각 공관에서 잘 준비했고, 지난 선거 못지않게 (유권자들이) 많이 등록했다”며 “등록해주신 분들은 한 분도 빠짐없이 선거에 임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정선거 우려와 관련해서는 “철저한 보안 대책이 있다”며 “투표가 완료되는 대로 외교행랑 형식으로 바로 서울로 보내지는데, 그 과정에 전혀 문제가 없도록 24시간 보안을 잘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