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객 200여명을 태운 독일 국책 항공사 루프트한자의 여객기가 조종사 없는 상태로 10분 가량 비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18일(현지 시각) AP통신이 독일 dpa통신을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스페인 세비야로 향하던 루프트한자 에어버스 A321편은 10분 동안 조종사 없이 비행했다. 이 사실은 스페인 항공 사고 조사 기관인 CIAIAC가 지난 17일 관련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승객 199명, 승무원 6명 등 총 205명을 태웠던 이 여객기는 기장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동안 부기장이 의식을 잃는 바람에 10분 간 조종사 없이 비행했다. 자동 조종 기능이 활성화돼 있던 덕에 비행에는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당시 착륙을 30분 정도 앞두고 기장은 화장실에 갔다고 한다. 기장의 자리는 부기장이 맡고 있었다. 10분 정도 지나 자리에 복귀한 기장은 조종실에 들어가기 위해 일반 보안 출입 코드를 입력했지만 들어갈 수 없었다. 기장은 조종실 안으로 연결된 인터폰으로 부기장과 연락도 시도했으나 부기장은 답이 없었다.
조종실 보안 문은 밖에서 보안 코드를 입력하면 안에 있는 사람에게 신호가 가면서, 내부에서 문을 열어줄 수 있게 설계돼 있었다. 부기장이 계속해서 답하지 않자 결국 기장은 밖에서도 보안 문을 열 수 있는 응급 보안 출입 코드를 입력한 뒤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조종실 안에서 의식을 잃었던 부기장은 기장이 들어왔을 때쯤 정신을 차렸고, 기장은 빠르게 조종간을 잡았다.
보도에 따르면 기장은 부기장이 창백한 얼굴로 땀을 흘리고, 동작이 부자연스러운 것을 확인하곤 급히 객실 승무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부기장은 승객으로 탑승했던 의사에게 응급 처치를 받았다. 의사는 심장 질환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후 기장은 스페인 마드리드 공항에 비상 착륙했고, 부기장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조사관들에 따르면 부기장은 발작 장애 진단을 받았다.
루프트한자 측은 dpa통신에 “해당 조사 보고서와 그 내용을 인지하고 있으며, 자체 항공 안전 부서 등에서도 관련 조사를 한 바 있다”고 밝혔다. dpa통신은 “다만 루프트한자 측은 자체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