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5년 만에 재점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엔 KCGI가 아닌, 호반그룹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호반그룹은 최근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18.46%까지 늘리며 조원태 회장 측(20.13%)과의 격차를 불과 1.67%p로 좁혔다.
표면적으로는 ‘단순 투자’라지만, 사실상 한진칼의 2대 주주인 호반의 행보는 전형적인 ‘경영 관여’ 시그널에 가깝다. 지난해부터 지분을 지속적으로 늘려왔고, 올해 3월 주총에서는 이사 보수한도 증액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표를 던졌다. 단순 투자자라면 하지 않을 행보다.
더구나 이 지분은 2022년부터 시작된 장기 전략의 결과다.

호반의 지분 확대, ‘단순 투자’일까?
호반은 팬오션과 KCGI로부터 지분을 매입한 이후 한진칼 지분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총 64만여 주를 추가 확보하며 영향력을 키웠고, 3월 주총에서는 이사 보수한도 증액안에 반대표를 던지는 등 본격적인 경영 참여 움직임을 보였다.

현재 산업은행은 10.58%의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2020년 아시아나항공 인수 당시 대한항공에 자금을 투입하며 확보한 지분이다. 그러나 통합항공사 출범 이후 해당 지분을 단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호반이 이를 장외에서 매수한다면 판세는 단숨에 역전될 수 있다.
호반은 LS그룹 지주사인 ㈜LS의 지분도 3% 보유 중이다. 이는 대한전선과 LS전선의 갈등 국면에서 확보된 지분으로, 이후 한진과 LS 간 지분 교환을 통한 방어적 연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LS는 15.07%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어, 필요시 이를 우호세력으로 넘겨 의결권을 발생시킬 수 있다.
‘호반항공’ 현실화? 항공업계 판도 재편 가능성
호반의 지분율이 조 회장을 따라잡을 경우, 대한항공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구조가 바뀔 수 있다. 이는 곧 ‘호반항공’이라는 전례 없는 변화를 의미하며, 국내 항공산업과 경영권 분쟁 판도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한편,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지주회사로 대한항공의 최대 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