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로 조사를 받게 됐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이 15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암살을 촉구하는 내용을 올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코미 전 국장은 곧 게시물을 삭제하고 폭력을 조장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으나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바닷가 모래위의 숫자 ‘86 47’ 파장 일파만파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1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불명예스러운 전 FBI 국장 제임스 코미가 트럼프 대통령의 암살을 요구했다. 국토안보부와 비밀경호국은 이 위협을 조사하고 있으며 적절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올렸다.
발단이 된 것은 코미 전 국장이 15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으로 해변 모래위에 조개껍데기가 ‘86 47’이라는 숫자를 형성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 숫자는 온라인, 시위 현장, 그리고 표지판과 의류에 등장하는 대통령 비판자들이 사용하는 표현이다.
NYT는 “메리엄-웹스터 사전에서 ‘86’은 해고 또는 제거를 의미하는 오래된 속어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47대 대통령”이라고 보도했다. 두 숫자를 합치면 ‘47대 대통령을 제거하라’는 의미가 된다.
코미 전 국장은 파장이 일자 게시물을 삭제하고 “오늘 해변을 걷다가 조개 껍질 사진을 올렸다. 어떤 정치적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일부 사람들이 그 숫자를 폭력과 연관짓는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폭력도 반대하기 때문에 게시물을 내렸다”고 올렸다.
“해외 순방중인 대통령 암살을 테러리스트에 간청하나”
캐시 파텔 현 FBI 국장은 FBI가 비밀경호국의 수사를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도 몇 시간 후 폭스 뉴스에 출연해 “코미는 책임을 지고 감옥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비밀경호국 앤서니 구글리엘미 대변인은 X에서 “우리는 보호 대상자에 대한 잠재적 위협으로 여겨질 수 있는 모든 것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 FBI 국장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알고 있으며 이와 같은 수사적 표현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백악관 댄 스카비노 부실장은 X에 “해외 순방 중인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악의적인 행위자나 테러리스트에게 간청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도 X에 “코미가 아버지를 살해하라고 부당하게 요구했다”고 올렸다.
‘86(제거하라)’ 숫자 논란은 트럼프 1기 이후 지속
‘86’은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때도 논란이 됐다.
2020년 대선 몇 주 전 트럼프 재선 캠프는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가 TV 인터뷰를 하면서 뒤편 테이블에 놓인 ‘86 45’라고 쓰인 핀을 지목했다.
트럼프 캠프는 “86은 누군가를 죽이는 것을 약칭하는 것일 수 있다”고 주장하며 휘트머 주지사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를 부추겼다고 비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후 바이든을 지칭하는 ‘86 46’이 적힌 옷과 표지판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온라인에서도 계속 판매되고 있다.
코미 전 국장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FBI 국장을 지내 법정 임기 10년을 채우지 못했다.
당시 FBI는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과 2016년 트럼프 대통령 선거운동본부 관계자들 사이에 연관이 있다는 주장을 수사했으며 코미는 트럼프와 마찰을 빚다 해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