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지에서 한국의 얼굴로 활약하는 240만 재외국민, 그들은 단순한 이주민이 아니라 문화와 경제를 아우르는 살아있는 교량이다. 그러나 정작 모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순간, 우리들의 목소리는 충분히 전달되고 있는가?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 재외선거 투표율 62%는 희망의 신호탄 이자 동시에 우리가 넘어야 할 새로운 출발선이다. 한 표가 만드는 파장은 생각보다 크다.
디아스포라의 정치 참여는 단순한 권리 행사가 아니라 글로벌 시대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잣대다. 재외동포의 다양한 경험과 시각이 모국의 선거에 반영될 때 비로소 한국 사회의 대의 민주주의는 진정한 세계성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참여의 문턱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사전 투표 제도의 확대와 온라인 정보 접근성 향상은 고무적인 변화다. 그러나 기술적 편의를 넘어 재외동포 스스로가 ‘내 목소리가 한국의 미래를 바꾼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주권자로서의 자각이 있을 때 비로소 62%의 수치는 80%, 90%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재외선거,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
재외선거 제도는 2012년 도입된 이래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왔다. 과거에는 공관 방문 등록이 필수였으나 제21대 대통령 재외선거는 온라인으로도 사전신청을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영구명부 등록자라면 별도 절차 없이 투표할 수 있어 편의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재외선거는 단순한 권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이라도 조세, 경제 정책, 외교 관계 등 국내 정책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예를 들어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양국 간 조세 협정, 투자 보호 장치, 환율 정책 등에 민감하다. 이는 결국 국내 정치와 직결된 문제다. 따라서 재외국민의 투표 참여는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는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기고] 재외선거, 국민으로서의 권리자 의무
선진국으로서의 한국, 선진적인 선거 문화 정착 필요
한국의 선거 제도는 국제사회에서 모범 사례로 꼽힌다. 공정성과 투명성 측면에서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이처럼 우리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세계적 기준이 되고 있는 만큼, 재외국민들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때다.
정치학자 로버트 달은 “민주주의는 유권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로 유지된다”고 말한 바 있다. 투표는 국민 주권의 실현이며 국민의 의사가 정책으로 연결되는 핵심 통로다. 특히 글로벌 시대에는 재외국민의 목소리가 더욱 중요해졌다. FTA 협상, 해외 동포 보호, 이중과세 완화 등은 재외국민의 투표율이 높아져야 정책 반영에도 용이해진다.
몸은 해외에 있어도 마음은 조국과 함께
필자는 베트남에서 한국 기업들의 현지 진출을 지원하며 국내 정책이 해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매일 체감하고 있다. 세제 변경 하나가 수백 곳 기업에 영향을 미치고, 외교 관계 하나가 현지 진출 전략을 바꾸기도 한다. 따라서 재외국민이라면 누구나 ‘내 일’로서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오는 5월20일부터 25일까지 가능한 2025년 제21대 대통령 재외선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재외선거인들의 투표참여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과 함께 오프라인 홍보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간결함+공유 가능성+현지 맞춤형’이라는 원칙을 충실히 따라 선관위의 소셜 미디어와 동영상 중심 홍보는 젊은 세대의 참여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고 한다.
재외 유권자 역시 “해외에 있으니까”라는 편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이제 적극적으로 재외선거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모국과의 연결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특히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재외국민의 정치적 참여는 국가 경쟁력의 한 축이 되고 있다.
다음 선거가 다가올 때면 지구촌 어디에 있더라도 ‘나는 한국 민주주의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으로 투표소를 찾는 240만 재외국민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