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단은 대니얼 그레이엄(39)과 애덤 커러더스(32)가 공모해 시카모어 갭 나무와 하드리아누스 방벽 일부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이들의 범행으로 발생한 피해는 각각 62만2,191파운드(약 11억6,000만원)와 1,144파운드(약 210만원)로 집계됐다.
시카모어 갭 나무는 약 150년 된 수령을 지닌 시카모어 나무로,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가 서기 122년 건설한 북방 국경 방어선 ‘하드리아누스 방벽’ 인근 두 언덕 사이에 위치해 있다. 영화 ‘로빈 후드: 도둑들의 왕자(1991)’에 등장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이 나무는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 사이에서 오랜 시간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9월 28일, 이 나무는 완전히 잘려나간 채 쓰러진 모습으로 발견돼 충격을 안겼다.
그레이엄은 커러더스가 벌인 일이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했고, 커러더스는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범행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잇따라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사건 전날 그레이엄은 커러더스에게 “톱을 예열하라”는 문자를 보냈으며, 사건 직후 절단된 나무와 관련된 메시지를 수차례 주고받았다. 사건 당일 범행 현장 인근에서 촬영된 CCTV 영상과 이들의 휴대전화 신호 기록도 현장 존재를 뒷받침했다.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두 사람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동영상이었다. 이 영상에는 전기톱 소리, 나무가 갈라지는 소리, 그리고 흐릿하지만 나무가 쓰러지는 장면이 담겼으며, 영상의 메타데이터는 촬영 장소가 시카모어 갭 나무가 있던 국립공원임을 명확히 보여줬다.
검찰은 이들의 명확한 범행 동기를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생각 없이 저지른 폭력 행위였다”고 지적했다. 리처드 라이트 검사는 최종 변론에서 “이들은 이 사건을 웃긴 장난쯤으로 여겼지만, 대중의 분노 앞에서 끝내 자백할 용기도 없었다”고 말했다.
영국 법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1세기 넘게 시카모어 갭은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줘온 자연의 상징이었다”며 “이들이 저지른 파괴 행위는 단 3분도 채 걸리지 않아 그 유산을 끝장냈다”고 비판했다.
두 피고인에 대한 최종 선고는 오는 7월 15일 내려질 예정이다. 손괴죄에 대한 최고 형량은 징역 10년이다.
<박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