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두고 “(선고가) 오래 걸린 것은 말 그대로 만장일치를 좀 만들어보려고 했다. 재판관끼리 이견이 있으면, 국민을 설득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3일 경남도민일보 유튜브 채널 등 지역 언론에 따르면 문 전 대행은 전날인 2일 경남 진주에서 김장하 선생을 만나 선고 뒷이야기를 하며 이같이 밝혔다. 문 전 대행은 학창 시절 김장하 선생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선고는 지난 2월 25일 변론 절차를 마친 후 38일 만에 결론이 나왔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 당시 각각 선고까지 14일과 11일이 걸린 것과 비교해 최장기간 평의다.
문 전 대행은 “사건을 보자마자 결론이 서는 사람도 있지만, 모든 걸 다 검토해야 결론을 낼 수 있는 사람도 있다”며 “그런 경우에는 당연히 빠른 사람이 느린 사람을 기다려야 한다. 빠른 사람, 급한 사람이 인내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평의 기간이 길다 보니 판결문을 고칠 시간이 많았다. 또 보통은 주심이 고치는데, (이번엔) 재판관 여덟 사람이 다 고쳤다”며 “그래서 조금 더 다듬어진 문장이 나오지 않았는지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처음부터 8대 0 판결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8대 0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이런 주제(대통령 탄핵)를 가지고 재판관끼리 이견이 있는 상태에서 국민을 설득하기 힘들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만장일치가 아닌 몇 대 몇으로 판결이 나오면, 소수의견을 갖고 다수의견을 공격할 수밖에 없다”며 “그 소수 의견조차도 (판결문에) 한번 담아내 보자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행은 지난 2019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서 “가난한 농부의 장남으로 태어나 독지가 김장하 선생을 만나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무사히 학업을 마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며 “감사 인사를 드리러 간 자리에서 ‘내게 고마워할 필요 없다.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이 사회에 갚으라’고 하신 말씀을 잊은 적 없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경남 진주시 일대에서 60년간 한약업에 종사한 한약사이자 독지가로 선행과 기부를 이어온 김 선생의 이야기는 문 전 대행이 주목받으며 재조명됐다. 또 김 선생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가 한때 넷플릭스 국내 톱10시리즈 중 8위에 오르는 등 역주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