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이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사건에 대해 내린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은 각 쟁점별로 2심의 판단을 배척하고 1심의 판단과 궤를 같이했다.
‘김문기 발언’과 ‘백현동 발언’ 모두 ‘표현’을 문언 그대로 해석하는 데 집중한 2심과 달리 1심처럼 ‘상황과 맥락’을 강조해야 한다고 판시한 점이 차이로 풀이된다.
쟁점 중 하나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던 지난 2021년 12월 이 후보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는 취지의 일련의 발언들이다.
이 후보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20대 대선 경선 후보였고, 그해 12월 22~27일 라디오나 다른 방송에서 “김문기를 몰랐다”, “기억을 못한다”, “하위 실무자라 기억을 못한다”는 식의 발언을 이어가다 마지막 문제의 발언을 한다.
같은 해 12월 29일 이 후보는 한 방송에서 국민의힘에서 김문기와 골프를 쳤다는 의혹을 제기하기 위해 내놓은 사진을 두고, “제가 확인을 해보니까 전체 우리 일행, 단체사진 중의 일부를 떼 내 가지고 이렇게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죠”라고 발언한다. 시민패널 질문의 답변이었다.
1심은 일련의 발언을 포괄일죄(하나의 죄)라 판단하고 그 중 마지막 발언에 대해서 이 후보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의 죄를 범했다고 판단했다. 맥락을 고려하면 ‘조작’ 발언은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거짓말을 했고, 유권자가 “김문기를 몰랐다”고 여기게 했다고 봤다.
2심은 포괄일죄부터 부정했다. 각 발언은 시간과 장소가 달라 달리 판단해야 한다며 네 발언을 분리해 따로 판단했다. 문제된 ‘조작’ 발언은 ‘김문기를 몰랐다’는 뜻이 아니라 “‘이 사건 사진은 조작된 것이므로 피고인이 B와 함께 골프를 친 사진이 아니다”라고 해석될 수 있다고 봤다.
2심은 시민패널 질문에 ‘골프’나 김문기와 교유(交遊), 즉 ‘서로 사귀어 놀거나 왕래한’ 사례가 들어 있지 않고, 이 후보 답변에도 ‘골프’ 단어가 없었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이처럼 2심은 ‘표현’이 유권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의미를 해석해야 하고, 사실관계에 대한 해석이 달라진 결과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대법은 2심이 허위사실 공표죄에 있어서 문제 된 발언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지를 놓고 법리를 오해했다고 봤다.
물론 ‘조작’ 관련 발언을 제외한 앞선 일련의 김문기 관련 발언에 대해 2심의 각 무죄 판단은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조작’ 발언은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이는 사실이 아니므로 ‘김문기를 몰랐다’는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죄라고 판단했다. 또 2심처럼 “다의적인 의미로 해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법은 이번 사건에서 혐의를 받는 발언들을 해석할 때 “당시의 상황과 전체적 맥락에 기초해 유권자에게 발언의 내용이 어떻게 이해되는지”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하나의 연결된 발언의 의미를 해석하면서 사후적인 세분 또는 인위적 분절을 통해 연결된 발언 전부에 대한 표현 당시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심과 같은 해석법은 오해라는 것이다.
다만 1심은 ‘조작’ 발언이 곧 ‘김문기를 몰랐다’는 뜻으로도 여겨질 수 있다고 봤지만 대법은 ‘동반 골프’가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릴 ‘주요한 독자적 사실’이라고 판시했다.
이는 검찰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공소장을 변경한 것을 고려한 것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이날 조희대 대법원장은 2심이 김문기 발언 대목에서 “공소사실의 대상을 오해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2심에서 공소장을 변경해 ‘이재명이 김문기를 알았는지(인식)’이 아닌 ‘골프 동반의 교유행위’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를 공소사실로 바꿨다.
‘백현동 발언’ 역시 2심과 대법의 결정적 차이는 발언의 ‘표현’이냐 ‘맥락’이냐에 따른 해석의 기준에 있었다.
백현동 발언은 크게 지난 2021년 10월 이 후보가 국정감사장을 통해 했던 ▲혁신도시법상 의무조항에 근거한 용도지역 변경 요구를 받고 불가피하게 부지를 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했다고 한 취지의 발언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용도변경을 해 주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는 취지의 발언들을 뜻한다.
전자에 대해 2심은 “용도지역 변경은 국토부의 법률에 의한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라는 이 후보 발언 중 ‘어쩔 수 없이’에 집중해 이 발언이 ‘의견’이라고 봤다. ‘협박’ 발언은 성남시가 용도변경과 관해 장기간 압박을 받은 상황을 ‘과장되게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은 이 후보가 이 발언을 할 당시 제기됐던 의혹이나 질문의 취지, 연결된 답변 취지를 전체적으로 고려하면 2심이 발언의 뜻을 잘못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공소사실 대로 국토부가 ‘의무조항을 들어 용도지역 변경을 압박’ 내지는 ‘협박’했다는 거짓말을 했다고 봤다.
대법은 이 후보가 혁신도시법상 의무조항을 구체적으로 언급했음에도 2심이 이를 도외시했다고도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