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2년 초에 훌루에서 방영된 드라마 시리즈 ‘드롭아웃’은 스탠퍼드대를 중퇴한 헬스 IT 기업 테라노스의 창업자인 엘리자베스 홈즈와 그녀의 남자친구 서니 발와니의 실리콘밸리 사기 행각을 그렸다. ‘맘마미아’의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연기한 홈즈는 피 한 방울로 240개 이상의 질병 검사를 할 수 있다고 속여 19세에 회사를 설립해, 루퍼트 머독을 비롯한 유명인들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스티브 잡스의 터틀넥 셔츠만 흉내 내면서 온갖 매스컴의 각광을 받았던 홈즈의 테라노스는 2013년과 2014년 100억 달러의 가치를 달성했지만, 기술이 거짓임이 입증되면서 결국 회사는 파산했고, 홈즈는 2022년 1월 사기죄 4건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고 징역 11년을 선고받았다.
미국판 황우석 사기극인 테라노스는 2015년, 의학 연구 교수인 존 이오아니디스와 임상 생화학 교수인 엘레프테리오스 디아만디스가 월스트리트 저널의 조사 기자 존 캐리루와 함께 테라노스 기술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2016년 6월까지 포브스 잡지는 홈즈의 개인 순자산이 45억 달러에서 “0”으로 감소했다고 추정했다.

필자는 테라노스가 등장했을 때, 아무런 과학 지식도 없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폄하했고, 결국 이런 종말을 맞았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이런 사기극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한국은 사기극은 아니지만 오래된 영웅이나 우상이 갑자기 몰락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주인공처럼, 최근에는 한국 요식업계의 거물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그 대표적인 예다.
백 대표의 요리에 대한 논란은 처음부터 있었다(너무 달다는 등). 필자는 백 대표의 요리에 대한 판단보다, 아무런 전문적인 평가 없이 하루아침에 영웅을 만들고 하루아침에 땅바닥으로 몰락시키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위생 기준을 지키지 않은 식당 운영, 방송을 통한 사업 홍보와 과도한 이미지 포장 등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는데도, 지금까지 아무도 그 부분들을 지적한 사람들이 한국에는 없었다. 그런데 최근 이런 구조적인 문제들이 발견되자 이제는 모두가 백종원 죽이기에 동참하고 있다.
마치 성한 사자에게는 대들지 못하다가, 다친 사자만을 공격하는 하이에나 떼처럼 SNS와 언론, 여론이 갑자기 우리의 우상, 우리의 영웅 백 대표를 패대치고 있다. 그럼 그들은 과연 이렇게 백 대표에게 돌을 던질 만큼 결백한가? 의문이다. 그들은 이런 사태의 공모자들이다.
요식업가가 전국민의 멘토나 롤모델이 되어야 하는지 여부를 떠나, 한 사람이 지난 10년 동안 거의 모든 언론에서 한식의 얼굴인 것처럼 등장했다. 이에 대해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다. 오히려 이의를 제기하거나 의심하면, ‘현장 경험이 있는 서민의 입맛을 아는 사업가’를 무슨 자격으로 안티하느냐는 뭇매를 맞았다.
백 대표는 체계적인 경영학을 전공하거나 요리 교육을 받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폐업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에게 훈수를 두었고, 여러 방송과 언론은 그 과정을 방영하며 시청률과 광고 이익을 챙겼다.
백 대표는 장삿꾼이다. 자기 기업의 대표로 이윤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다른 기업의 멘토로 등장할 수 있다는 이해충돌 가능성에 대해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과연 공영방송이나 여론, SNS가 이번 몰락 사태에 아무 책임이 없을까?
한 사람만 독점적으로 밀어주는 분위기에서 어떻게 한식의 국제화나 K-푸드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한국 요리와 음식의 제대로 된 세계화, 미국 시장 진출, 그리고 미국 내 한인 식당과 음식의 체계화된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진짜 전문가들의 조언과 활약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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