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을 갓 졸업한 한인 2세 청년들이 첫 직장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미 기업들의 연봉 수준이 크게 올라 신입 직원이 연봉 10만달러를 받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한인 기업에 취업을 원했던 한인 청년들은 한인 기업에 등을 돌리고 있다.
미국 기업들과는 너무 차이 나는 낮은 연봉수준 때문이다.
지난 해 동부 사립대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 중인 한인 2세 토니 김씨는 매번 연봉 협상 문턱을 넘지 못해 아직까지 직장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최소 연봉 10만달러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연봉협상이 쉽지 않았다”며 “특히 한인기업들은 마치 딴 세상에 있는 기업들처럼 연봉이 터무니 없이 낮아 아예 한인 기업 취업은 접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 LA 한인업체에서 취업 인터뷰를 했던 김씨가 업체로부터 제안 받은 연봉은 미국 기업들의 연봉 수준과 비교하면 60%에 불과했다.
김씨는 “내 또래 최근 졸업생이 생각하는 연봉은 10만달러가 최저기준이고, 대학원이나 MBA를 졸업했다면 18만달러가 우리가 생각하는 기준”이라고 말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10만달러는 받아야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김씨의 생각이다.
몇 차례 취업 인터뷰를 했지만 첫 직장을 찾지 못한 김씨는 취업을 하지 못하게 되면 연봉기준을 낮추기 보다는 아예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다.
김씨는 “한인업체에 취업할 생각은 별로 없었지만 지인의 소개를 받고 인터뷰를 갔다가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그 업체에서 제시한 연봉 6만 달러라면 굳이 대학을 나올 이유가 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레스토랑에서 일해도 시간당 25달러는 받을 수 있고 팁까지 더하면 연봉 6만 달러를 버는 셈인데 한인업체들은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그러나 한인업체 관계자들의 생각은 김씨의 생각과는 크게 다르다.
한인업체 인사부서에서 일하는 A씨는 김씨와 같은 한인 청년들이 생각하는 10만달러 연봉 기준은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에서나 가능한 것이라고 말한다.
A씨는 “도대체 어디서 그런 연봉 계산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시장가격이 있고, 이 각 분야의 기준이 있는데 모두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것처럼 받으려고 하면 취업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에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연봉을 요구하는 한인 대졸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A씨의 지적이다.
A씨는 “인터뷰 전에 전화로 연봉 먼저 물어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고 말하고, “최근 패스트푸드 업계의 시간당 최저임금이 얼마로 올랐고, 어디서는 연봉이 얼마고 이런 기사들이 너무 많이 나오다 보니까 모두가 다 거기에 기준을 맞추는 데 현재 한인 기업 상황과는 맞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팬데믹이 종료되고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줄면서 직장 찾기도 쉽지 않게 된 것이 현실이지만 취업 준비생들의 눈높이는 높아져 괴리가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인 기업도, 한인 2세 청년들도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당분간 더 어려워 보인다.
<박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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