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이 반드시 방문하는 곳이 있다. 즉, 재래식 시장터에 가서 중소상인들을 만나 오뎅도 먹고 떡볶이도 먹으면서 서민적인 면을 선보이는 가식 적인(?) 선거운동을 펼친다. 마치 자기들이 민초를 대변하는 정치인인 것처럼 쇼를 한다. 그런데 최근 한국과 미국의 대표적인 정치인들이 본인들의 원래 노선을 바꾸는 척(?) 하는 쇼를 펼치고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최근 트랜스젠더 운동선수의 여성 스포츠 출전은 불공정하고 노숙자 텐트촌을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트렌스젠더와 노숙 자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민주당의 전통적인 입장에 반대히는 입장이다. 뉴섬 주지사가 이런 중도 이미지 구축에 나서면서 본인의 전통적인 진보 지지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뉴섬 주지사가 이렇게 진보 가치와 지지 기반을 저버리는 행보를 펼치고 여론을 형성 하는 이유는 그가 오는 2028 대선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중도 이미지 구축이 오히려 일부 지지층의 외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여론 조사기관 프로볼스키(Probolsky) 리서치가 캘리포니아주 유권자 928명을 대상 으로 뉴섬 주지사의 중도 이미지 구축 행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대해 응답자 26%는 앞선 행보를 두고 뉴섬 주지사가 겉으로만 변화를 추진하는 것 처럼 행동했을 뿐 실제로는 변화하지 않을 인물이라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17%는 최근 뉴섬 주지사의 행보가 진보 가치와 지지층을 외면한 것이라고 답했다.
즉, 무려 응답자의 43%가 뉴섬 주지사의 최근 행보에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한편 한국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지난 2월 민주당 대표일 때 주 52시간 상한제 제도와 4일 근무를 왔다갔다 하면서 진보·중도·보수언론들로부터 모두 비판을 받았다.
이 후보는 당시 자신의 ‘주52시간 노동’ 라는 비판에 직면하자 ‘주4일 근무 국가’를 내세웠다. 즉,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을 일주일 새 2번이나 바꾼 셈이다.
그러자 진보·중도·보수 언론들은 노동시간에 대한 이재명 대표의 입장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지난 2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창의와 자율의 첨단기술사회로 가려면 노동시간 을 줄이고 ‘주4.5일제’를 거쳐 ‘주4일 근무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52시간 제도의 근본적 취지를 후퇴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이 후보를 상대로 등장했다.
전세계에서 찾을 수 없는 주 52시간 상한제는 민주당이 원래 주장했던 제도인데 이 후보는 반도체 산업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을 위해 이를 폐지하자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반도체특별법은 지난해 11월 여당인 국민의 힘이 발의했으며 연구·개발 노동자의 주52시간 노동 상한제 제외가 핵심이다.
당초 이 후보의 민주당은 이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신년 들어 실용주의를 표방한 이 후보가 ‘얘기를 들어보자’고 말하자 토론회가 열린 것이다. 이 후보의 주장은 노동자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훼손하고, 민생·혁신과도 관계없다는 지적을 언론과 시민사회에서 받았다. 이 후보는 당내 강경파와 민주노총이 반발하자 애매한 표현을 쓰며 사실상 후퇴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발표한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에서 연구·개발 직군 90%(응답자 904명 중 814명)는 ‘주52시간’ 적용 제외 방안에 반대한다고 답했고 찬성한다는 응답은 6.2%에 불과했다. 응답자 88.2%는 ‘주52시간’ 적용 제외가 연구·개발 직군 업무 효율성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즉, “52시간 초과근무를 통해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서술형 응답이 나왔다.
선거철을 맞아 진보와 보수 선을 넘는 무분별한 선거운동을 펼치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같다는 한심한 현상을 보면서 중소 요식업자들을 진정으로 후원하는 정치인들은 언제나 등장할 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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