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간 ‘브로맨스’가 5일 파국을 맞은 가운데 이들의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의 우주정책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예산에서 수십억 달러를 아끼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론의 정부 보조금과 계약을 끊는 것이다. 난 바이든(전 대통령)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게 늘 놀라웠다”며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 등 기업들과의 연방정부 계약 전면 철회를 경고했다.
이에 머스크는 즉각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 “대통령의 계약 취소 발언에 따라 스페이스X는 드래건 우주선 철수를 즉시 시작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의 경고가 현실화될 경우, NASA는 국제우주정거장(ISS) 운영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 우주선은 현재 NASA가 우주인과 화물을 ISS에 실어나르는 유일한 수단이다.
철수가 강행되면 현재 정거장에 체류 중인 우주인 4명의 귀환은 가능하겠지만, 후속 승무원 파견은 사실상 중단된다.
보잉의 스타라이너 캡슐, 시에라 스페이스의 드림 체이서 등 NASA가 대안으로 마련해온 수단은 아직 기술적 결함이나 일정 지연으로 인해 실전 투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NASA는 결국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을 다시 활용하거나 ISS 운영 인원을 줄이는 등의 계획을 재조정해야 할 수 있다.
NASA의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계획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NASA는 스페이스X의 대형 로켓 ‘스타십’을 활용해 아르테미스 3차 임무에서 2명의 우주인을 달 표면에 착륙시킬 계획이지만, 해당 계약이 취소되면 일정이 무기한 연기될 수 있다.
군사·정보 분야에서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스페이스X는 현재 국방부 및 정보기관과의 계약을 통해 정기적으로 기밀 위성과 통신용 스타링크 위성을 발사하고 있으며, 토성의 위성 타이탄 탐사선 ‘드래곤플라이’ 발사 등 NASA의 주요 과학 임무도 맡고 있다.
물론 유나이티드론치얼라이언스(ULA)의 벌컨, 블루오리진의 뉴글렌 등 경쟁 로켓이 일부 대안을 제공할 수 있지만, 아직 실적과 비용 면에서 스페이스X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NASA 대변인은 이날 오후 “대통령의 우주 개발 비전을 실행해 나갈 것이며 산업계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해 목표를 이뤄나가겠다”고 밝혔다.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각자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공개적으로 서로를 비난하며 결별을 선언했다. 머스크가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서 물러나며 백악관과 결별한 지 1주일도 안 된 시점이다.
머스크가 이끄는 기업들은 지난 수년간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따냈으며, 2023년에는 17개 연방기관과 체결한 약 100건의 계약을 통해 총 30억 달러(약 4조원)를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B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책사로 불렸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이날 자신이 진행하는 극우 성향의 팟캐스트 ‘워룸’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늘 자정 전에 스페이스X를 접수(seize)하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