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머그샷’을 찍는 수모를 겪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에는 법정 증인석에 앉아 자산 부풀리기 의혹을 추궁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고의로 자산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부인하는 한편, 이번 재판은 정치공세의 일환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해 판사와 여러번 충돌했다.
6일 CNN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뉴욕시 맨해튼지방법원에서 열린 금융사기 의혹 관련 민사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약 4시간 동안 원고와 판사 등의 질문에 답했다.
미국에서 전직 대통령이 법정 증언에 나선 것은 26대 대통령(1901~1909년)이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알려졌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퇴임 후인 1913년과 1915년 민소소송에 휘말려 직접 증언에 나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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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석에 앉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재판은 정치적 공세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재판은 정치적 마녀사냥”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을 겨냥해 “부끄러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자산을 부풀렸다는 의혹에 대해 “사기와는 정반대”라며 “그(제임스 장관)가 곧 사기”라고 토로했다.
반면 제임스 장관은 이날 법정 밖에서 취재진에 “결국 마지막에 중요한 것은 사실과 숫자”라며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판을 맡고 있는 아서 엔고론 판사와 충돌하는 장면도 여러번 연출했다.
엔고론 판사는 “이것은 정치 집회가 아니다. 낭비할 시간이 없다”며 자제를 촉구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인에게 “할 수 있다면 그를 통제해달라. 못하면 내가 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 “원하면 어떤 식으로든 나를 공격할 수 있다. 하지만 제발 질문에 대답하라”고 핀잔을 줬다.
“No one is above the law,” chant a handful of protesters who have gathered outside the court – showing support for the NY attorney general who has brought the civil fraud case against Mr. Trump and his company. #TrumpTrial pic.twitter.com/tVX4kcr0lA
— Pratiksha Ghildial💥 (@p_ghildial) November 6, 2023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이크를 잡고 “이것은 매우 불공평한 재판이다. 대중들이 보고있기를 바란다”고 불만을 토로하는가 하면, 엔고론 판사에게 “선거 개입”, “적대적 판사”라고 직접 비난했다.
앞서 엔고론 판사는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보유 부동산 자산가치를 부풀렸다는 원고 측 주장을 일부 인용해 사업면허 취소 및 감사 명령을 내렸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원 직원 비난금지 명령을 위반했다며 두 차례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장남, 트럼프기업(Trump Organization) 등과 공모해 십여년 동안 뉴욕 트럼프 타워 빌딩,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 골프장 등 부동산의 가치를 부풀려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뉴욕주가 부당이익금 환수 등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문제의 재무제표가 자신의 자산을 부풀리키는커녕 오히려 실제 부를 반영하지 못했으며, 금융기관이 대출을 할 때 재무제표는 신경쓰지 않았다며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내가 했던 것은 재무제표를 승인을 하거나, 회계사에게 필요한 것을 주라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한 것 뿐이다”면서 결과적으로 “내용을 받아보고 어떤 경우에는 몇가지 제안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설령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고의로,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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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번 사건이 아주 오래전 일이라 시효가 이미 만료됐다는 주장도 폈다.
재무제표에 트럼프타워 면적이 실제의 3배로 기재된 것은 엘리베이터와 기타 공간 등을 빼지 않고 계산해 실수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에 “내가 오늘 한 것을 봤을 텐데 매우 결정적이었다”며 “우리가 한 모든 것들은 절대적으로 옳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소셜’을 통해서도 여론전을 폈다.
엔고론 판사와 제임스 장관의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자신이 법정을 빠져나오는 영상을 올리며 “미국에 슬픈 날”이라고 적기도 했다.
그는 또 “내 정치적 상대인 삐뚤어진 조 바이든이 칭찬하는 맨해튼 법원에서 하루 종일을 보냈다”며 “법학자들은 이 소송이 결코 제기돼서는 안 됐고, 내가 만약 대통령에 출마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이기고 있지 않았다면) 없었을 것이라는데 동의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재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네 차례 제기된 형사재판과는 별도 소송이다. 이번 재판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자식들도 연루돼 지난주에는 장남과 차남이 연이어 증언대에 올랐다. 오는 8일에는 장녀 이방카 트럼프도 법정에 출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