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텍사스주의 검찰총장이 주 하원의 탄핵소추 가결로 직위해제되었다가 16일 주 상원의 탄핵심리 부결 판결로 복권되었다.
여러 면에서 부패 정황이 있는 켄 팩스턴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이 실패한 것이나 팩스턴 개인 이야기를 뛰어넘는 텍사스 주 공화당 더 나아가 미 전체 공화당의 세력다툼과 관련해서 주목되는 탄핵 전말이었다.
캘리포니아주에 이어 인구가 가장 많은 텍사스주는 캘리포니아와 정반대로 주지사에 이어 주 하원과 주 상원을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 2014년부터 주 검찰총장을 맡고있는 팩스턴 역시 공화당원으로 지난해 총선 때 공화당 후보 경선에 이어 본선서 승리했다.
올 3월 검찰청 소속의 공무원 몇 명이 팩스턴에 대한 뇌물수수와 권력남용 의혹을 내부자고발했다. 팩스턴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부하들과의 법정 제소전 화해 명목으로 330만 달러의 공금지원을 의회에 요구하자 주 하원에서 탄핵 움직임이 일어났다.
탄핵 움직임이 민주당 못지않게 하원을 장악한 같은 공화당 안에서도 강하게 일어났다는 점이 특기할 만 했다. 팩스턴의 개인적인 비리가 워낙 세서 초당적 비난으로 모아진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언론은 팩스턴의 비리보다는 그의 정치적 포지션에 더 초점을 맞추었고 의회의 움직임도 단순한 비리척결 차원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팩스턴은 도널드 트럼프 전대통령을 강력히 옹호한 인사로 2020년 대선 직후 조 바이든의 당선을 이끌어낸 펜실베이니아, 애리조나, 조지아, 위스콘신 등 경합주의 개표결과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소를 연방 대법원에 냈다. 즉 팩스턴은 공화당 내에서 친 트럼프의 강경 보수 세력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었다.
텍사스주는 민주당이 1990년대 초 이후 주지사 및 연방 상원 선거에서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는 ‘빨간’ 공화당 우세 주다. 그러나 조지 H.W. 부시 및 조지 W. 부시 등 두 부자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트럼프의 2016년 대선 승리 직전까지 미국 공화당을 움직여온 온건파 세력들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었다.
극우적인 팩스턴을 탄핵하고자 한 주 하원 공화당 세력은 이런 공화당 전통 온건파 세력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하원은 121 대 23의 압도적 표차로 팩스턴의 탄핵소추를 가결했다. 만약 팩스턴 개인 비리가 그만큼 노골적이고 심중한 것이어서 이런 표결이 나왔다면 상원의 탄핵 심판 결과도 불보듯 뻔한 것으로 예측되어야 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은 비리가 문제가 아니라 텍사스주 내 공화당 세력 간의 충돌이기 때문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예단할 수 없다고 말해왔다. 만약 상원이 재적 3분의 2 찬성으로 탄핵을 가결한다면 공화당 전통 세력이 최소한 텍사스주에서는 트럼프 세력을 이기는 힘을 지닌 것으로 입증되나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마침 지난해 주 검찰총장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팩스턴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손자인 조지 P. 부시를 물리치고 당 후보가 되었다.
16일 31명 상원의원 중 팩스턴의 부인(공화당)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16건의 탄핵 혐의 심판표결은 압도적인 친 팩스턴, 친 트럼프로 끝났다. 민주당 의원이 12명이고 공화당이 19명이었는데 16건 표결 중 찬성표가 가장 많았던 경우가 14표, 즉 공화당 이탈 2표에 그친 것이다.
하원서는 84%였던 탄핵 찬성이 상원에서는 탄핵심판 가결 하한선인 21표 발밑에도 가지 못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팩스턴에 대한 탄핵 실패, 팩스턴의 탄핵 부활은 트럼프 세력이 공화당을 얼마나 결정적으로 좌지우지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