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폴란드를 방문한 자리에서 연설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단언컨대, 권좌에 있을 수 없다”고 한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과 국무장관이 바이든 대통령 발언이 러시아의 정권교체를 추진한다는 뜻이 아니라고 수습하느라 진땀을 뺐고 프랑스 등 유럽 각국도 잘못된 발언이라는 논평을 내놓았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 본인도 자신의 발언은 본노를 표현할 것일 뿐 미국의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고 수습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 사설로 러시아 정권교체는 외교정책 목표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바이든 발언이 결국 실현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설을 실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리 대통령이 저 모양’이라는 식으로 비꼬았다.
다음은 WP 사설 요약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의도와 다르거나 실현 불가능한 외교정책 목표를 밝히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 참모들이 바이든이 27일 푸틴에 대해 한 발언이 미국 정책목표가 러시아 정권교체라는 뜻은 아니라고 부인한 건 적절하다. 바이든 스스로도 “도덕적 분노를 표현”했을 뿐 “정책 변화”가 아니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 발언에는 진실이 담겨 있다. 푸틴을 “전범” “도살자”라고 부른 바이든 대통령이 토요일(26일) 한 발언이 새로운 진실을 드러낸 건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침공과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학살을 멈추고 전쟁을 중단시키기 위한 무장과 시위를 서방에 촉구하기 위해 웅변적 발언을 했을 뿐이다. 그가 “단언컨대”라는 접두어를 붙인 것이 잘 보여준다.
그렇지만 여전히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체제에 대해 크게 부정적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푸틴 체제가 유지되는 한 평화와 안보는 이뤄질 수 없다는 생각이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장기적 현실에 기초하지 않은 전략을 선택할 수 없다. 푸틴과 함께 갈 순 없지만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러시아에서 혁명이 일어나리라고 기대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무의미했다. 생명을 무릅쓰고 체제에 반대해온 사람들을 감동시킨 것 말고는 한 일이 없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이 자신을 전복시키려 한다는 푸틴의 의심을 강화시켰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을 더 꺼릴 수도 있다. 그러나 푸틴은 오래전부터 서방이 자신을 전복하려 한다고 생각해왔다. 또 그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휴전에 합의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푸틴이 구실로 삼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하고 중립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금 중요한 과제는 협상하는 척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척하는 우크라이나의 방종을 중단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들이 참여하는 다층적 안보보장 체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서방이 할 수 있는 최선은 현재 하는 일을 지속하는 것이다.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하고 우크라이나에게 신속하고 풍부하게 무기를 지원함으로써 러시아가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방식이 효과를 내왔다. 러시아는 이미 공개적으로 밝혔던 목표를 후퇴시키고 있다. 키이우나 다른 주요 도시를 점령할 힘이 없음을 묵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푸틴이 권좌를 영구적으로 유지하려면 러시아의 확고한 승리가 필요하지만 그건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