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축구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감독이 입국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8일 오전 5시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지난달 말 대한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발표 이후 처음으로 국내에 들어왔다.
클린스만 감독은 입국 직후 환영 나온 마이클 뮐러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을 비롯한 대한축구협회 임원진으로부터 꽃다발과 머플러를 건네받은 뒤 간단한 입국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른 시간부터 반겨줘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라며 “이 자리에 있게 돼 매우 자랑스럽고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대표팀이 카타르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또 좋은 성적을 계속해서 이어 나갈 수 있게 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입국장에는 새벽 시간에도 일부 팬이 클린스만 감독의 현역 시절 유니폼을 들고나와 환영했다.
서울에 사는 축구 팬 김동훈(38)씨는 “선수 시절부터 좋아했다. 1994년 미국월드컵 때 클린스만 감독에게 골을 내줘 아쉽게 진 기억이 있다”며 “3월 평가전도 가능하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호텔에 여독을 푸는 클린스만 감독은 9일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일정에 들어간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이끈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의 후임이다.
계약 기간은 2026년 북중미월드컵 본선까지로 약 3년5개월이다.
한국 대표팀으로 지도자 복귀에 나선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여러차례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 한일월드컵 때 방문했던 기억이 있다”며 “또 한국에서 열린 2017년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제 아들이 출전하기도 했다. 이런 여러 경험 때문에 한국과 한국 사람들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대표팀이라는 기회가 왔을 때 상당히 기쁜 마음이었다”며 “한국은 상당히 좋은 팀이고, 좋은 분들이 많아 기대가 된다. 저 역시 이곳에서 많은 걸 배우길 기대하고 있다. 또 팀도 저와 함께 배워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입국 후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는 클린스만 감독은 오는 13일께 3월 A매치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소집은 20일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선수 파악에 시간이 부족했던 만큼, 지난 카타르월드컵 멤버들이 주축을 이룰 전망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24일 오후 8시 울산에서 열리는 콜롬비아와 평가전, 28일 오후 8시 서울에서 펼쳐지는 우루과이와 평가전을 통해 한국 사령탑 데뷔 무대를 갖는다.
한국에서 첫 일정은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예정된 FC서울과 울산 현대의 프로축구 K리그1 3라운드 경기 관전이다.
동시에 클린스만 감독을 보좌할 코치진 인선도 해야 한다.
한국 생활을 선택한 클린스만 감독이 지낼 곳도 찾아야 한다. 벤투 감독이 머물렀던 고양 일산 등이 유력한 후보지로 꼽힌다.
거처가 마련되기 전까진 호텔에서 지낼 예정이다.

북중미월드컵을 최종 목표로 하는 클린스만호의 중간 점검 무대는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1960년 이후 아시안컵 우승과 연이 없다.
클린스만 감독은 “카타르월드컵에서 TSG(기술연구그룹)를 이끌면서 차두리 코치와 한국의 모든 경기를 살펴봤다”며 “한국 축구는 20~25년 동안 거스 히딩크 감독, 울리 슈틸리케 감독, 벤투 감독 등이 상당히 좋은 팀을 만들었다. 그래서 이번 아시안컵은 우승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대표팀은 카타르월드컵에서 포르투갈 같은 강팀도 이겼다. 심지어 이전에는 독일을 상대로 이긴 경험이 있다. 당연히 아시안컵 우승이 목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역 시절 독일을 대표하는 골잡이로 명성을 떨친 클린스만 감독은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과 1996년 유럽선수권(유로1996)에서 독일 우승에 앞장섰다.
또 인터밀란(이탈리아), AS모나코(프랑스), 바이에른 뮌헨(독일), 삼프도리아(이탈리아) 등에서 활약했다.
특히 1990년대 중후반에는 현재 손흥민이 뛰는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에서 단기간 엄청난 활약을 펼쳐 ‘레전드’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은퇴 후에는 지도자로 변신해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독일 대표팀을 맡아 2006년 자국에서 열린 독일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했다.
이어 미국대표팀에선 2014년 브라질월드컵 16강 진출을 지휘했다.
다만 바이에른 뮌헨과 헤르타 베를린(독일) 등 클럽 팀에선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