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복싱은 사양길에 오른 스포츠로 여겨졌다.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 같은 슈퍼스타의 시대가 저물자 복싱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서서히 식어갔다. 그런데 최근 미국이나 영국 젊은 세대들이 다시 복싱 경기에 열광하고 있다. 프로 선수들이 아니라 로건 폴, 제이크 폴 형제와 같은 인플루언서들이 링 위에 올라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 KSI(30) 역시 복싱을 통해 스타가 된 유튜버 중 한명이다.
KSI는 영국을 대표하는 게임 유튜버다. 메인 채널(KSI) 구독자 수는 2410만명에 달하고 서브 채널(JJ Olatunji)도 162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나이지리아계 영국인인 KSI는 2009년 피파 시리즈 등 게임을 소재로 한 방송으로 유튜브 활동을 시작했다. 특유의 입담과 유머로 젊은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래퍼, 배우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동생인 데지(Deji)도 인기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What Le’Veon Bell did last time in the ring pic.twitter.com/h1kXZkqniY
— ksi (@KSI) March 4, 2023
복싱은 KSI가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가 됐다. KSI는 지난 2018년 자신을 비난한 유튜버 조 웰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설전을 벌이다 실제 복싱 대결을 벌이게 됐다. 경기 결과는 KSI의 3라운드 TKO 승. 그는 경기를 마친 뒤 유튜버 로건 폴, 제이크 폴 형제와 맞붙고 싶다고 도발했다.
그렇게 2018년 11월 유튜브판 ‘세기의 대결’이 성사됐다. 형인 KSI와 로건 폴, 동생인 데지와 제이크 폴이 맞붙었다. 동생들의 경기에선 제이크 폴이 6라운드 TKO 승을 거뒀다. 형들의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이 경기를 계기로 로건 폴과 제이크 폴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백인 유튜버, PSI와 데지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흑인 유튜버로 불리며 이슈의 중심에 섰다.
1년 뒤인 2019년 11월에는 로건 폴과의 2차전을 치렀다. 헤드기어도 쓰지 않고 진짜 프로 선수처럼 경기를 치렀다. KSI가 판정승을 거뒀고 경기는 엄청난 흥행을 거뒀다. 이후 로건 폴은 메이웨더와 맞붙어 세계적인 스타가 됐고, KSI의 주가도 덩달아 높아졌다. KSI는 이제 동생인 제이크 폴에게도 도발을 걸고 있다. 두 사람인 대결은 올해 중 성사될 것으로 전망된다.
KSI는 이런 대립 구도와 도발을 적절히 활용하며 복싱에 프로레슬링과 같은 재미를 더하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유명인들이 링 위에 오르는 이벤트를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 ‘미스핏츠 복싱'(Misfits Boxing)이라는 복싱 프로모션을 설립하기도 했다.
KSI는 앙숙으로 여겨졌던 로건 폴과 함께 스포츠 음료 ‘프라임'(PRIME)을 출시하는 등 사업 수완도 탁월하다. 영국에서는 이 음료가 출시되자 젊은층의 구매 경쟁이 이어지면서 품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 병에 2파운드(약 3000원)이던 이 음료의 가격이 일부 상점에서 약 15파운드(약 2만2600원)까지 치솟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젊은 세대들은 KSI의 쇼맨십에 열광한다. 영국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10대는 없을 정도다. 하지만 방송 중 성적 농담이나 욕설을 자주 해 어린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그는 지난 2012년 ‘성폭행범의 얼굴(rape face)’이라는 인터넷 밈(meme)에 동참하는 영상을 만들어 여성 단체의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KSI는 이후 자신이 잘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최근에는 발언의 수위를 많이 조절하는 편이라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