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어린 아이들도 ‘천재’, ‘역사상 최고의 과학자(물리학자)’ 등의 수식어를 떠올리곤 한다.
아인슈타인이 세상을 떠난 지 70여년이 지났음에도 최신 과학계의 기념비적인 업적이 나올 때마다 그의 이름이 거론된다.
당신이 옳았소…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 입증
호주 시드니대학과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의 연구팀은 최근 아인슈타인이 제기했던 상대성이론에 담긴 ‘시간 지연’ 현상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빅뱅 이후 10억년 후, 즉 현시점에서 약 120억년 전의 우주에서는 시간이 지금의 5배 가량 느리게 흐른다는 것을 관측했다.
연구팀은 초기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인 ‘퀘이사’를 190개 가량 분석한 데이터를 활용했다. 퀘이사 관찰은 20여년 동안 이뤄졌는데, 녹색광·적색광·적외선 등 다양한 파장에서 관측됐다.
연구팀은 퀘이사 관찰을 통해 시간의 지평선을 현 우주 나이 10분의 1 시점으로 되돌리고, 이를 통해 우주가 나이 들수록 시간의 흐름이 빨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관찰자의 운동 상태나 중력의 강도에 따라 시간은 상대적이다. 운동 속도가 빠르거나 중력이 강할 수록 시간은 느리게 흐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시간 지연 현상이다.
이같은 상대성이론의 시간 지연 현상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초기 우주의 시간 흐름을 관찰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직접 관측을 시도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연구팀 또한 퀘이사를 일종의 시계로 활용해 초기 우주의 시간 흐름을 파악해냈다.
초기 우주에서의 시간 지연 현상이 확인되면서 우주 팽창과 시간의 관계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우주는 탄생 이후부터 암흑 에너지 등에 의해 꾸준히 팽창하고 있다. 결국 지금보다 팽창이 덜 된 초기 우주는 물질들의 밀도가 더 높은 고중력의 환경일 수밖에 없다. 이같은 초기 우주에서 시간 지연 현상이 나타난 것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해줬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제라인트 루이스 시드니대 교수는 “우리는 아인슈타인 덕분에 시공간이 얽혀있다는 사실과 빅뱅의 특이점에서 시간이 시작된 이래로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우주의 팽창은 초기 우주의 시간이 훨씬 더 느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우주 탄생 이후 10억년이 조금 넘었을 때 시간이 지금보다 5배 더 느리게 흐르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아인슈타인, 양자역학 논쟁에선 틀렸지만…본질 꿰뚫은 ‘EPR 역설’로 발전 가속화
상대성이론이 아인슈타인의 위대함을 보여준다면, 양자역학은 아인슈타인의 주장이 다 옳은 것만은 아닌 대표 사례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을 부정하기 위해 제시했던 이론들이 되려 양자역학을 정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다.
근현대 양자역학 연구는 아인슈타인과 닐스 보어 사이에 벌어진 이른바 ‘보어-아인슈타인 논쟁’에서 불이 붙었다. 보어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를 중심으로 제시된 ‘코펜하겐 해석’에 대해 아인슈타인이 의문을 제기하면서다.
코펜하겐 해석의 핵심 가설을 단순화해보면 양자는 중첩된 상태로 존재하며, 관측자에 의해 측정된 이후 특징이나 정보를 지니게 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가설은 두 양자 입자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한 입자가 관측되는 순간 나머지 하나의 입자의 상태도 결정된다고 추정했다.
아인슈타인은 이같은 불완전성을 전제로 하는 양자역학의 가설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고, 이는 양자역학 자체가 본질적으로 불완전한 학문이기 때문이라고 보고 ‘숨은 변수 이론’ 을 제기했다.
양자역학이 완전해지기 위해서는 확인할 수 없는 ‘숨은 변수’가 필요하다는 것이 숨은 변수 이론의 핵심이다. 고전 물리학의 실제성에 근거해 양자역학을 해석하려면 이같은 숨은 변수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아인슈타인의 주장이었다.
이같은 이론을 뒷받침하고자 아인슈타인은 ‘EPR 역설(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 역설)’과 ‘국소적 숨은 변수 이론(EPR 이론) 등을 펼치기도 했다. 멀리 떨어진 두 입자를 각각 측정하는 것은 2개의 독립 사건이기에 국소성이 있다고 가정하고, 한 입자가 나머지 입자의 상태에 영향을 주는 것은 관측자가 알 수 없는 ‘숨은 변수’가 있다는 것이었다. 양자역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현 시점에서 이같은 주장을 되돌아보면 아인슈타인이 되려 누구보다도 양자역학의 본질을 꿰뚫고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후의 양자역학은 이같은 아인슈타인의 공격에 대응하면서 발전하게 됐다. 숨은 변수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가정한 ‘벨 부등식’ 등이 대표적이다. 숨은 변수를 주장하는 EPR 이론이 맞다면 모든 통계적 예측이 벨 부등식에 부합해야 하고, 만약 단 하나라도 성립하지 못해 벨 부등식의 한계가 입증된다면 보어를 비롯한 코펜하겐 해석파의 가설이 맞다는 것이 벨 부등식의 핵심이다.
벨 부등식에 대한 수많은 대입이 이뤄지며 이론적으로 숨은 변수 이론이 틀렸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존 F 클라우저, 알랑 아스페, 안톤 자일링거가 실험적으로 벨 부등식의 한계를 증명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양자역학 논쟁에 있어 보어 학파의 승리가 완전해진 셈이다.
이렇듯 양자역학에 있어서는 아인슈타인의 가설이 틀리긴 했지만 학계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반증하는 과정에서 양자역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보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EPR 역설 등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양자얽힘’ 현상이 실증됐고, 이것이 현대의 양자통신·양자컴퓨터 개발 등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코펜하겐 해석에서 더 나아가 탄생한 다세계 이론보다 아인슈타인을 위시한 숨은 변수 이론이 양자역학에 더 실질적인 기여를 했다는 주장도 있다.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며 양자역학의 관념론적 성격과 불완전성에 반발했지만, 이같은 반발심이 역설적으로 신의 주사위를 해석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줬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