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뜨긴 떴는데”…비행 ‘시계 제로’

화물 사업 호조로 올해 3분기(7~9월)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지만 여전히 안갯속에서 비행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이후 누적된 적자로 인해 빚에 허덕이고 있는 데다, 최근 유가 상승과 환율 인상 등의 여파로 원가 부담이 높아져 힘겨운 운항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의 실적을 견인한 화물 사업도 앞으로 물류대란이 얼마나 지속될지 예측이 어려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3분기 말 현재 부채비율은 3668.3%를 기록해, 전년 말 1343.8% 대비 2324.5%포인트 상승했다.
아시아나 3분기 영업이익은 1603억원으로 전년 대비 2680.2% 늘었지만, 원달러 상승의 영향으로 항공기 리스비 등에서 1757억원 규모의 외화환산차손실이 생겼다.
여기에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로 970억원의 추징금을 국세청이 부과해 화물 운송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모두 헌납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에 따라 3분기(7~9월) 2108억원 당기순적자를 기록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회사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634%에서 올해 3분기 293%까지 낮춰,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기 전인 2019년 말(810%)보다 재무구조는 오히려 개선됐다. 영업이익도 3분기 4386억원으로, 전년 보다 5671% 증가했다.
하지만 누적된 부채로 순이자 비용만 3분기 기준 706억원에 달하는 데다, 아시아나와 마찬가지로 3분기 2629억원의 외화환산차손실이 발생해 재무 실적 개선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여기에다 인수를 추진하는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 증가도 부담이다.
◆유가 상승으로 연료비 등 영업비용에 대한 부담도 커져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싱가포르 항공유(MOPS) 기준 올해 3분기 평균 1배럴당 76.0달러로, 전년 동기(41.8달러/배럴) 대비 71.7% 증가했다. 대한항공의 경우도 같은 기간 급유단가가 7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화물 사업 호재와 국내선과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의 여객 수요 일부 회복으로 인해 연료 소모량은 늘어나면서 운항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항공 업계는 아직 항공 화물 운임이 높아 연료비 부담을 감내하고 있다. 지난달 항공 화물 운임지수인 TAC 지수의 홍콩∼북미 노선 운임은 1㎏당 9.74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등 항공 화물 기반 수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최근 백신이나 진단 키트 등 코로나19 관련 긴급 수요가 지속되면서 항공 화물 운송을 찾는 수요가 꾸준한 편이다.
◆해상운임, 최근 조정…항만 정체 등 물류대란 다소 진정될 듯
전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8일 4647.60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4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달 들어 항만 정체 현상이 심한 북미를 중심으로 운임이 상승하면서 반등했다. 다만 지난 19일 기준 4555.21로 최고치를 회복하지 못한 채 조정기를 지나고 있다.
또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LA)항과 롱비치항의 화물선 하역 대기시간이 일부 개선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속단은 이르지만 내년에는 물류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화물, 항공 운송 분야에 차이는 있지만, 일부 화물은 해운으로 대체되는 등 항공 운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연말 대형 소비시즌을 앞두고 있어 올해 4분기에도 항공 화물수요는 견조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