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지난 금요일(7일) 로스앤젤레스 전역에서 대대적인 기습 이민단속을 벌였다. 다운타운 한복판은 물론 웨스트레이크, 패션 디스트릭트, 사이프러스 파크, 사우스LA 등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단속이 진행되며 수십여명이 체포됐다. 특히 다운타운 9번가와 타운 스트리트(Towne St.) 인근의 대형 한인의류업소들이 주요 타깃이 됐다.
현장 영상에 따르면 웨스트레이크 소재 홈디포 주차장에서는 무장한 ICE 소속 요원들이 현장을 뛰어다니며 사람들을 추격했고, 인근에서는 스페인어로 “이민단속이 시작됐다, 이곳에 오지 마라”고 외치는 시민도 있었다.
다운타운의 대형 한인 의류업소 ‘앰비언스 어패럴’에서는 방탄 조끼를 착용한 요원들이 매장에 들이닥쳐 직원들을 체포했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수십 명의 시민들은 단속 요원들에게 항의하며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ICE 차량은 낙서와 계란 투척 등으로 훼손됐고, 요원들이 수갑을 채운 노동자들을 백색 SUV 차량에 태워 현장을 떠나자 시민들이 차량을 쫓아 달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한 시민은 ICE 차량 앞에서 뒤로 물러나다 넘어져 SUV에 치일 뻔한 장면도 영상에 담겼다.
현장에서는 이민자 권익운동가들이 트럭 위에 올라가 메가폰으로 “헌법상 권리가 있다, 아무 서류에도 서명하지 말고 묵비권을 행사하라”고 외쳤으며, 일부는 구체적인 이름을 호명하며 “변호인이 이 자리에 있다”고 외치기도 했다.
체포된 이들 중에는 20년 넘게 미국에 거주해온 무등록 이민자 마르코 가르시아(37)도 있었으며, 그의 딸 카티아 가르시아(18)는 “이런 일이 우리 가족에게 벌어질 줄 몰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ICE 측은 “불법체류자 은닉에 관련된 수색영장을 집행한 것”이라고 밝혔으며, 현재까지 최소 44명이 체포됐고, 한 명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금됐다고 전했다.
이번 단속 과정에서 캘리포니아 최대 노조 중 하나인 SEIU(국제서비스노조) 캘리포니아 지부장 데이빗 웨르타도 체포되었으며, 현장 몸싸움 중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된 뒤 연방 구금 상태에 놓였다. ICE 측은 “그가 연방수사국(FBI) 요원 차량을 가로막아 공무집행을 방해했다”고 주장하며, 월요일 연방 법원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A시의 정치인들은 즉각 반발했다. 유니스 에르난데스 시의원은 “이런 단속은 경고 없이 이뤄지며, 커뮤니티는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며 “모든 시민이 경계해야 한다”고 했고, 캐런 배스 시장은 “이러한 급습은 공동체의 안전을 파괴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ICE는 이번 주 들어 LA와 샌디에고 일대 식당, 공사장, 클럽 등을 중심으로 연쇄 단속을 벌이며 1일 평균 체포 인원이 2천 명을 넘겼다고 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집권 이후 예고한 ‘대규모 추방 작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민자 권익단체 ‘Unión del Barrio’의 활동가 론 고체즈는 “오늘 하루만 해도 윌셔와 유니언, 노스 헐리웃 건설현장, 사이프러스파크 등 곳곳에서 ICE 출현 제보가 들어왔다”며 “이들은 도처에 퍼져 있다”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경찰국(LAPD)은 “이번 단속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시민의 이민 신분 여부에 따라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LAPD는 1979년부터 이민 신분만을 이유로 수사를 개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커뮤니티의 공공안전 확보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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