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자 주민 영구 이주해 美가 점령 구상
팔 즉각 반발…사우디도 “권리 침해 전면 거부”
美서도 ‘인종 청소’ 지적…이스라엘 극우파 “감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킨 뒤 미국이 점령해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국제사회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인종 청소’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팔 주민 영구 이주해 가자 개발” 구상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가자지구를 점령해 미국이 장기 소유하면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앞서 가자지구 주민을 인접국인 요르단과 이집트로 이주시키자는 제안을 했는데, 기자회견에서 이들을 영구 이주시키겠다는 계획까지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민들이 가자지구로 돌아가는 건 옳지 않다. 그들은 지옥에서 사는 것처럼 살고 있다”며 “그들이 돌아가고 싶어 하는 유일한 이유는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자지구 대신 “좋고 신선하고 아름다운 땅”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취재진이 ‘가자는 그들의 집’이라고 반박했지만 “왜 돌아가고 싶겠냐. 거긴 지옥과도 같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후 질의에선 복구된 가자지구에 팔레스타인 주민도 거주하게 될 것이라고 했지만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살 것”이라고 덧붙였다. 팔레스타인 주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을 내보낸 뒤 전후 복구와 궁극적으로 부동산 개발을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에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며 “중동의 리비에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비에라는 남프랑스와 이탈리아에 걸친 세계적 지중해 휴양지다.
구체적으로 “(가자)를 접수해 모든 미폭발 폭탄과 기타 무기를 해체하고 평평하게 만들어 파괴된 건물을 철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요하다면 미군을 파병할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팔 “이스라엘에도 ‘좋은 곳’ 있어” 반발…아랍권도 반대
당사자인 팔레스타인은 즉각 반발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리야드 만수르 유엔 주재 팔레스타인 대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자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인을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대신, 이스라엘에 있던 팔레스타인 가옥을 되찾을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좋은 곳’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원래 살던 이스라엘의 집으로 돌아가게 해달라. 이스라엘에도 ‘좋은 곳’이 있고, 그곳으로 돌아가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가자지구를 스스로 재건하길 원한다며, 세계 지도자들이 그 바람을 존중해달라고 촉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사우디 외무부는 성명을 내 “팔레스타인 영토 합병과 팔레스타인 국민을 그들 땅에서 쫓아내려는 시도 등 정당한 권리에 대한 어떠한 침해에도 완전히 거부한다”고 재확인했다.
이어 “오늘날 국제사회 의무는 이들에게 가해진 심각한 인간적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며 “팔레스타인 국민들은 그들의 땅에 계속 머물며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아랍 국가들은 지난 1일 발표한 성명에서 “팔레스타인인을 그들 땅에서 이주시켜 내쫓는다면 평화와 공존의 기회가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관련 취재진 질문에 “인종 청소에 해당한다”며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영원히 불가능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강력히 우려를 표했다.
민주당 ‘인종 청소’ 우려…공화당 일부서도 지적
미국 민주당에선 대중과 언론 관심을 돌리려는 계략이라는 비난이 나왔다.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과도한 권한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무마시키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코네티컷)은 SNS에서 “우린 가자를 점령하지 않을 것”이라며 “언론과 떠들기 좋아하는 부류는 며칠 동안 이 문제에 집중할 것이며, 트럼프는 대중 관심을 억만장자들이 정부를 장악해 착취하는 이야기에서 멀어지게 하는 데 성공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크리스 밴홀런 민주당 상원의원(메릴랜드)도 “다른 이름으로 표현한 인종 청소”라며 “이란과 다른 적대국들에게 탄약을 제공하는 동시에 역내 아랍 파트너들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당 공화당에서도 ‘인종 청소’ 지적이 나왔다.
팔레스타인계인 저스틴 아마쉬 전 공화당 하원의원(미시간)은 “미국이 가자에서 무슬림과 기독교인을 강제로 추방하기 위해 군대를 배치한다면 또 다른 무모한 점령에 휘말릴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인종 청소 범죄 유죄를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美시민단체 “미국 명성 훼손할 것”…이스라엘 극우파 “감사”
시민단체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무슬림 시민권 및 옹호 단체인 미국-이슬람 관계 위원회의 니하드 아와드 이사는 성명을 내 팔레스타인인 강제 추방은 분쟁을 촉발하고 미국 명성을 훼손할 것이라며, 국제법을 무의미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가자는 미국이 아닌 팔레스타인인들의 땅”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절대 시작될 수 없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이스라엘 극우 장관들은 즉각 환영했다.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은 SNS에 히브리어로 감사하다 표현하며 “훨씬 더 좋다, 정말 더 좋다”고 반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