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속 캐릭터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100번 보셔야 할 거예요.”
애니메이션 영화 ‘스파이더맨: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에서 스파이더맨들 중 한 명인 ‘그웬 스테이시’ 목소리 연기한 배우 헤일리 스타인펠드(Hailee Steinfeld·27)는 이번 영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100번을 봐야 이해가 될 만큼 어렵다는 얘기는 아니다. 스타인펠드가 이렇게 말한 건 이 작품이 다수 스파이더맨이 등장하는 멀티버스(multiverse·다중우주)를 본격적으로 펼쳐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실제로 100명의 각기 다른 스파이더맨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14일 화상 기자간담회로 만든 스타인펠드는 “각 캐릭터 하나 하나가 떠나는 여행이 모두 흥미진진하고 이들 모두 입체적인 인물들이라 푹 빠져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스파이더맨: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2018년에 나온 ‘스파이더맨:뉴 유니버스’의 후속작이다. 최근 워낙 많은 영화들에서 멀티버스라는 개념을 쓰고 있어서 익숙해졌지만, 멀티버스가 뭔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때 사실상 처음으로 이 용어를 활용한 세계를 펼쳐보인 게 이 애니메이션 시리즈였다.
흑인 스파이더맨의 탄생이 큰 관심을 모은 것은 물론 래퍼 포스트 말론이 부른 주제곡 ‘선플라워’까지 대히트를 하면서 ‘스파이더맨:뉴 유니버스’는 전 세계에서 3억84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대성공을 거뒀다. 미국 현지에서 지난 2일 공개된 후속작 ‘스파이더맨: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전편보다 더 강화된 멀티버스 세계관을 선보이며 개봉 2주만에 3억2000만 달러 수익을 올렸다. 국내에선 오는 21일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날 간담회엔 스타인펠드와 함께 새로운 스파이더맨 ‘마일스 모랄레스’를 연기한 셔믹 무어(Shameik Moore·28)와 세 명의 연출자 중 한 명인 켐프 파워(Kemp Powers·50) 감독이 참석했다. 무어는 이번 작품 키워드로 ‘에픽'(epic·서사)을 꼽으며 이번 영화가 매우 뛰어난 스토리를 갖추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생각해야 할 도덕과 윤리, 삶에서 어떤 게 옳고 어떤 게 그른지, 사랑과 우정 그리고 가족 관계까지 모두 비춰주는 이야기”라며 “그러면서 무겁지 않고 코믹하게 전개된다”고 말했다.
‘스파이더맨: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마일스와 그웬이 스파이더맨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겪어야 하는 비극을 피해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과정에서 마일스와 그웬은 각기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스파이더맨들과 마주하게 된다. 파워 감독은 이처럼 수많은 스파이더맨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이 “인터내셔널 하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을 보는 관객이 어떤 지역, 어떤 문화권에 속해 있더라고 스파이더맨이 우리 동네에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줄 것”이라는 얘기였다. 전작과 차별점에 대해선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어떤 영화도 보여주지 못한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려고 노력했고 실제로 구현이 됐다”고 했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역시 스파이더맨들이 모두 등장해 펼치는 대규모 추격 시퀀스다. 파워 감독은 이 장면을 만드는 데만 1년이 걸렸다. 파워 감독은 “이 추격신은 영화에 담긴 것보다 훨씬 길게 설계했지만, 막상 만들고 보니 너무 어지럽고 복잡해서 살릴 건 살리고 버릴 건 버리면서 최종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장면은 우리 영화 최고의 장면”이라며 “추격 액션의 다이나믹함은 물론이고 배우들의 감정 역시 잘 녹아들어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