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22일 윤관석 무소속 의원을 소환했다. 검찰은 돈 봉투를 살포하자고 지시·권유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동시에 수수자 명단을 특정하는 작업도 지속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정당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윤 의원을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윤 의원은 지난 19일 공개 출석한 이성만 무소속 의원과 달리 비공개 출석을 택했다.
윤 의원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후보로 활동하던 당시 캠프 관계자들과 공모, 2021년 5월2일 전당대회 직전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현역의원 10여명과 지역본부장 및 지역상황실장 수십명에게 총 9400만원을 살포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윤 의원이 2021년 4월24일께 기존 지지세를 유지하기 위해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에게 ‘국회의원들에게 돈을 뿌릴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지시를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강 전 감사가 2021년 4월25일께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통화하면서 “관석이 형이 ‘의원들을 좀 줘야 되는 거 아니냐’ 나한테 그렇게 얘기하더라고”라고 말하는 녹음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전 감사는 지인 등을 통해 총 6000만원을 조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스폰서’라는 의혹을 받는 김모씨는 수천만원을 마련해 송 전 대표의 보좌관 출신 박모씨에게 제공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돈은 이 전 부총장 등을 거쳐 300만원씩 봉투에 담겨졌고, 윤 의원이 이 전 부총장에게서 돈 봉투를 받아 국회의원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이정근 녹취록’에는 윤 의원이 2021년 4월28일께 이 전 부총장에게 “내가 그게 다섯 명이 빠졌더라고. 오늘 안 나와갔고”, “오늘 빨리. 그래야지 내가 회관 돌아다니면서 만나서 처리하거든”이라고 말하는 대목도 있다고 한다.
검찰은 윤 의원에게 봉투를 받은 의원들이 누구인지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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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관련 자금 조달 등 혐의를 받는 이성만 무소속 의원이 지난 19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해 입장표명을 하고 있다. 2023.05.19. kch0523@newsis.com
검찰은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현역 의원들을 특정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는 “현역의원 등 수수자를 특정하고 있다. 상당 부분 수가가 진행됐다”고 했다. 최근에는 현역의원 10여명이 거론되고 있다.
이 전 부총장이 2021년 4월28일께 윤 의원에게 “아니 모라자면 오빠 채워야지. 무조건 하는 김에 다 해야”, “거기 해야 돼 오빠. 오빠 호남은 해야 돼”라고 말하는 녹취록, 윤 의원이 “‘형님 기왕 하는 김에 우리도 주세요’ 또 그래가지고 거기서 세 개 뺏겼다”라고 말하는 녹취록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도 조사한 검찰은 이후 신병 처리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윤 의원은 정당법에서 더욱 무겁게 처벌하는 금품 살포 지시·제안 혐의를 받고 있다. 지역본부장에게 3400만원 살포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 강 전 감사는 구속됐다.
윤 의원은 지난달 13일 “일부 언론이 봉투를 전달한 것처럼 단정해 왜곡했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고, 지난 3일 민주당 탈당 당시 “여러 사안에 대해 반박과 할 말은 너무도 많다”고 했다. 통상적으로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단된다.
또 윤 의원은 현역 의원이고, 송 전 대표 당선 후 같은 해 11월까지 민주당 사무총장을 역임한 유력 정치인이다. 검찰은 사건 관계인 사이 말 맞추기 우려 및 조직적 증거인멸 정황을 우려하고 있다.
검찰은 강 전 감사와 이 전 부총장 대질 조사를 통해 사건의 경위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감사의 구속기한이 오는 27일까지인 만큼 이번주 후반께 검찰이 강 전 감사를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