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후보 경선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극단주의를 배척하는 반(反)트럼프 공화당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AP통신은 11일(현지시간) 전국 여론조사를 인용, 지난해 11·8 중간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진영 하원의원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던 공화당원의 비율이 더 높았다며, 이들이 지난 대선과 중간선거에서 각각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을 지지해 트럼프에 대한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콜로라도 3구에서 공화당 로렌 보에버트 하원의원이 민주당 애덤 프리쉬 후보를 불과 554표 차로 이긴 사례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돈 코람 전 콜로라도주 상원의원은 “선거구가 설계된 방식대로라면 공화당 후보(보에버트 의원)의 압승이 예상되는 선거였다”고 지적했다.
보에버트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세운 선거 구호 이른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AP통신의 보트캐스트(VoteCast)에 따르면 MAGA에 반대하는 전국 공화당 유권자의 10%가 민주당 하원의원에게 투표했고 MAGA를 지지하는 유권자는 2%에 불과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공화당 지지자의 4%가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셈이다. 이 비율은 특히 친(親)트럼프 성향의 극우 후보가 출마한 상원의원 및 주지사 선거에서 더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곳이 펜실베이니아주(18%)·콜로라도주(16%)·애리조나주(13%)·미시간주(11%)다. 이들 주에선 지난 2020년 대선 선거 결과 부정론을 앞세운 공화당 주지사와 국무장관 후보들이 대거 낙선했다.
반트럼프 보수성향 정치활동위원회인 ‘링컨 프로젝트’의 공동 창립자 릭 윌슨은 “민주적이고 반극단주의적인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 ‘좁은 길이지만 의미 있는 길'”이라며 “연방대법원이 (지난해 6월) ‘로 대 웨이드 판결'(연방 차원에서 여성의 낙태권 인정했던 판결)을 번복하면서 그 길이 2020년보다 더 넓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윌슨은 “당파심이 생각보다 강할 수(sticky) 있다”며,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자들은 백악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이들이 불만을 품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민주당보다 공화당을 지지하도록 이끈다”고 덧붙였다.
AP통신도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공화당 지지자 대부분이 결국 공화당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트캐스트의 결과를 인용해 전했다.
MAGA운동에 동참하지 않지만, 공화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투표 시 트럼프를 크게 개의치 않는 것이다. 이들 중 3분의 2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공화당 후보를 찍었다고 AP통신은 밝혔다.
공화당 선거 전략가인 릭 타일러도 “공화당 안에는 당에 투표하길 원치 않지만, 민주당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갈지 믿지 못해 차마 민주당에 투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보수정치행동회의(CPAC)·폭스뉴스·퀴니피액대 등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압도적인 격차로 당내 잠룡들을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국가 기밀문서 유출과 탈세 등 연방·주 사법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600일 동안 진행될 대선 레이스에서 여론의 향방이 어떻게 바뀔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