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자국과 서방 각국이 보유한 레오파드2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미국이 M1 에이브럼스 제공 방안을 곧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도 가세해 레오파드2 제공 가능성을 내비쳤다.
24일(현지시간)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수 개월 간의 논쟁 끝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레오파드2 탱크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그간 독일은 확전 가능성을 우려해 미국이 먼저 에이브럼스를 보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하며 지원을 주저해왔지만, 독일을 향한 서방 동맹국들의 국제적 압박 수위는 높아졌다. 핀란드, 덴마크에 이어 최근 폴란드는 자국이 보유한 레오파드2를 지원하겠다고 독일에 공식 허가를 요청했다.
독일은 레오파드2를 보유한 서방의 다른 나라들도 우크라이나에 탱크를 재수출할 수 있도록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도 복수의 익명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미국 백악관 측이 이번주 중 에이브럼스 탱크 30~50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독일 등의 국가들이 전차를 보낼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당초 미 국방부는 에이브럼스 탱크의 유지와 운영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지난 17일 전화 통화를 했고, 이 대화를 통해 에이브럼스 탱크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숄츠 총리는 자국과 서방 각국이 보유한 독일산 탱크 레오파드2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려면 미국도 에이브럼스를 지원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Abrams tanks somewhere in #Poland. pic.twitter.com/g9YtfduSZm
— Igor Sushko (@igorsushko) January 20, 2023
군사 전문가들은 레오파드 전차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NYT는 보도했다.
미국 정부 당국자는 튀르키예 관영 아나돌루 통신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주 내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에이브럼스 탱크 지원을 발표할 것”이라면서 “빠르면 25일에 발표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솔리 니니스토 핀란드 대통령도 2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탱크 공급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노르웨이도 가세해 독일제 레오파드2 탱크의 우크라이나 지원 가능성을 내비쳤다. 노르웨이 일간 아프텐포스텐과 다겐스 내링스리브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보유하고 있는 레오파드2 탱크 36대 중 4대 또는 8대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그간 서방 동맹국들에 러시아로부터 영토를 탈환하기 위해서는 현대식 주력 탱크 300대 정도가 필요하다며 지원을 요청해왔다.
BBC는 “6개의 동맹국들이 각각 14대의 탱크를 제공한다면 거의 100대가 될 것”이라며, 300대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이것이 서방이 최근 지원한 수백 대의 장갑차와 포병시스템, 탄약 등과 결합한다면 이번 봄 러시아 전선을 뚫고 영토를 되찾는 데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1개 탱크 중대는 보통 14개의 탱크로 구성된다. 독일 정부와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보내겠다고 한 레오파드2 탱크의 수, 영국이 지원하겠다고 한 자국의 주력 탱크 챌린저2 수도 모두 14대로 동수다. 현재 최소 16개의 유럽 및 NATO 국가가 레오파드2 탱크를 보유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이 전차를 보낼 수 있는 길을 열어줄 미국의 에이브럼스 지원 가능성에, 러시아는 ‘노골적인 도발’이라며 반발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미국이 의도적으로 우리에게 전략적 패배를 가하려는 것이 분명하다”며 “미국 탱크는 다른 나토 군사 장비들처럼 파괴될 것”이라며 비난했다.
그는 “미국이 탱크 제공을 결정했다면, 그러한 조치를 ‘방어용 무기’ 제공으로 정당화하는 것은 절대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러시아에 대한 노골적 도발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