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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천 칼럼(55)] 터키는 왜 ‘튀르키에'(Türkiye)가 됐나

2022년 06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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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집에 만두 사러 갔더니/회회(回回)인 아비 내 손목을 쥐더이다/이 소문이 이 가게 밖에 나고 들면/조그마한 새끼 광대 네 말이라 하리라/다로러거디러/그 잠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다로러거디러/그 잔 데같이 답답한 곳이 없다.’ 

  요새말로 하면 ‘만두집에 만두사러 갔더니 회회 아비가 내 손목을 잡더라/이 소문이 가게 밖으로 나가게 되면/조그만 새끼 광대가 네 얘기라고 할거다/아이구 저런/그 잠자리에 나도 자러 갈테다/아이구 저런/헌데 그처럼 난잡한 곳이 없더라’이다.

고려가요 ‘쌍화점(雙花店: 만두집)’ 1절이다. 불륜의 내용 때문에 조선시대에 와서 남녀상열지사로 비판받은 노래다.
  여기서 손목 잡은 이를 회회(回回)인으로 부른 대목이 나온다. 회회인은 위구르를 가리키는 말로 중앙아시아 타림 분지를 중심으로 거주하는 이슬람교를 믿는 튀르크(Türk) 계통의 민족인데 흔히 동양에서 말하는 흉노, 돌궐(突厥), 위구르가 모두 터키와 연관된 이름들이다.    
  헌데 고구려가 돌궐 제국 왕의 장례식에 조문 사절을 보냈다는 비문이 남아있는 가하면 수나라와 싸울 때 돌궐의 손을 빌리기도 했고 신라와 고려에서는 앞의 노래와 같이 위구르인을 회회인(回回人·이슬람인)으로 기록한 문헌도 있어 이들과 가까웠음을 알 수 있다.
  아무튼 후에 중앙아시아에서 서쪽으로 간 부족을 서돌궐이라 했고 동쪽으로 간 부족을 동돌궐이라고 했다. 그리고 서돌궐의 후예가 1299년 현재의 터키 지역에  오스만 튀르크 대제국을 세웠다. 이들은 1453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해 동로마제국을 멸망시킨 후 지중해를 끼고 위로는 유럽 남부와 중동 아래로는 북아프리카 지역 등 3대륙에 걸친 거대한 땅을 400 여 년간이나 지배했다. (콘스탄티노플은 지금의 이스탄불이다.)
  그러다가 18세기 이후 국력이 쇠퇴해 지면서 여러 지역을 잃거나 독립해 나가는 등 오스만 튀르크 대제국이 와해되면서 오늘의 지역만 남게 되는 위기에 처했을 때 1923년 무스타파 케말이 이를 무너뜨리고 터키 공화국을 세웠다.  
  이 때문에 터키 사람들은 자신들의 나라 이름이 공화국 수립을 선포했을 때부터 써온 국호 ‘튀르키예(Türkiye)’로 불리길 좋아한다.

‘튀르크의 주인’ 혹은 ‘튀르크의 땅’이란 뜻으로 그것은 터키의 뿌리가 튀르크 족이기 때문이다.’ (‘튀르크’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아직도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터키인들은 국제사회가 자국을 영어식 발음 터키(Turkey)로 부르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 영어식 국명 터키가 칠면조와 스펠링이 같고 ‘실패작’ 혹은 ‘패배자’ 또는 ‘멍청이’라는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어서다.

  더 나아가 종종 곤욕도 치렀다. 일본에서는 1980년대 퇴폐 업소 ‘터키 목욕탕’이 유행했는데 이를 보고 놀란 한 터키인이 본국에 신고하면서 이 문제가 외교문제로 비화하자 일본은 명칭을 ‘비누를 쓴다’는 의미로 ‘소프랜드(Soap Land)’로 바꾸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주한 터키 대사관은 우리 정부에 서한을 보내 ‘터키에서 매음굴을 한국관이라고 하면 좋겠느냐’고 항의했다. 6·25 전쟁에 참가해 한국을 도운 터키에 대한 모독이라는 여론이 들끓자 ‘터키탕’에서 ‘증기탕’으로 이름을 바꿨다.

Panda Paws@Panda_Paws_

  최근 유엔이 국호를 ‘터키’에서 ‘튀르키예’로 변경해 달라는 터키 정부의 요청을 승인했다.

지구촌에서 국호를 바꾼 사례는 이외에도 많다. 네덜란드는 한때 별명으로 불렸던 ‘홀랜드(Holland)’가 마리화나와 성매매의 퇴폐적인 이미지 때문에 이를 폐기했으며 인도 남쪽의 섬나라 ‘스리랑카 눈부시게 빛나는 섬)’는 식민지 시대에 사용됐다는 이유로 ‘실론’이라는 기존 국호를 버렸다. 소련 영토였던 러시아식 표기의 ‘그루지야’는 영어식 국호 조지아(Georgia)로 바꾸는 등 이외에도 많다. 국가 이미지를 바꾸는 일종의 리브랜딩(Rebranding) 작업인 셈이다.

  허나 이번 터키 국호 변경을 두고 일각에서는 19년째 장기 집권 중인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국내 실정(失政)을 무마하고 지지층을 모으기 위해 정통성을 앞세우는 한편 미국 러시아 등 강대국 영향권에서 벗어나려는 민족주의 흐름에 편승하려는 의도라고 꼬집기도 한다.
  개인의 이름이 나름 여러 의미를 가진 소중한 것일 진대 하물며 나라 이름에서야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국호(國號)는 문화와 문명과 함께 정체성 외에도 어떠한 국격을 갖추었느냐에 따라 그에 맞는 국가의 가치가 더해지는 것일테니 말이다. 

 

관련기사 터키(X)→튀르키예(O)…유엔, 국명 변경 승인 

관련기사 [김학천 칼럼(54)] 미국 총기 규제의 허상 “In Gun, we trust!

관련기사 [김학천 칼럼(53)] 조선과 아일랜드: 바이든 울린 훌륭한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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