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채권 이자 지급 중단으로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과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 대변인과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은 5일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최근 국채 이자 지급이 중단돼 역사적인 채무불이행에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에 있는 6300억 달러 규모의 외환보유고에 대한 접근이 불가해짐에 따라 달러화 채권 이자를 지급하려면 미국 측의 허가가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지난달 16일 만기였던 달러 표시 국채 이자 1억2000만 달러는 미국 측의 허가로 이자 지급을 마쳐 다행히 디폴트를 면한 바 있다.
이번에 지불해야하는 이자는 올해와 2042년 만기가 도래하는 달러화 채권에 관한 것이었다. 러시아는 4일까지 21억3000만 달러의 달러화 부채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소식통은 그러나 JP모건이 미 재무부로부터 이자 지급에 대한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통상 해외에 있는 은행은 러시아에서 발행된 이자 지급을 처리해 결제대행업체에 보내 해외 채권 보유자에게 나눠준다.
이전에는 국채에 대한 이자 지급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미 재무부 대변인은 더 이상 이자 지급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변인은 “오늘(4일)이 러시아가 또 다른 빚을 갚는 마감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 재무부가 이날부터 러시아 정부의 미국 금융기관 계좌에서 달러화 채권 이자를 상환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러시아는 자국에 남은 달러화를 소진할 지, 새로운 세입을 만들어 처리할 지, 아니면 디폴트를 선택해야 한다고도 했다.
다만 달러화 채권은 최초 이자 지급 만기일에서 30일 간의 지불 유예기간을 갖는다.
러시아는 액면가 약 400억 달러에 총 15개의 국제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때까지는 전례 없는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가까스로 디폴트를 면해왔다.
앞서 러시아는 자금은 있으나 외환보유고 접근이 불가한 제재로 인해 채무 지급을 하지 못한다며 루블화로 갚겠다고도 했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예정된 기간 내에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않거나 달러, 유로 또는 다른 통화가 지정된 채무를 루블화로 지급하면 디폴트로 간주된다.
러시아 정부가 이번에 디폴트를 선언하게 되면 이는 외화 채권에 있어선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처음 겪는 일이 된다. 앞서 러시아는 1998년 국내 부채에 대한 디폴트를 선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