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고인 이재명이 4일 공식 취임했지만, 이틀째가 되도록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정상 간 통화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윤석열, 문재인 전임 대통령들이 당선 직후 신속히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사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외교가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지연에 대해 “시차 문제로 인해 조율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미국 동부 시간과 한국 시간의 차이는 한미 양국 정상이 실시간 소통을 못할 정도로 극복 불가능한 장벽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유의 즉흥성과 미 정가의 유동성까지 고려한다 해도, 정작 통화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황은 사실상 한미 간의 외교적 온도차를 반영하는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정상급 교류를 포함한 다양한 현안에 대해 긴밀히 소통 중”이라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국내외에서는 ‘코리아 패싱’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외교부 당국자조차도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조율이 되었는지는 말하기 어렵다”며 한미 간 소통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통화한 정상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뿐이다. 미국은 물론 일본, 독일, 영국 등 주요 우방국 정상들의 축하 메시지도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조율 중이라는 입장을 반복하지만, 이는 사실상 축하 외교에 실패한 채 고립되고 있는 현 상황을 반영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 외교 전문가는 “이 대통령의 외교 데뷔는 실용주의도, 균형외교도 아닌 무대응과 혼선으로 점철되고 있다”며 “이번 취임 직후의 행보는 단순한 외교 의전 실수가 아니라 향후 외교 노선 전체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한다”고 비판했다.
취임 당일 통화는 말할 것도 없고, 이틀이 지나도록 핵심 동맹국 정상과 통화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대통령. ‘한미동맹’을 외교의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공약은 어디로 갔는가. 세계 질서 재편기에 한국은 과연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가. 이재명 정부는 ‘시차’라는 얄팍한 핑계로 국제 외교무대에서의 존재감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할 때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