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분(21일)을 앞둔 19일 강원도에 이틀째 폭설이 쏟아지면서 눈길 추돌사고가 발생해 서울양양고속도로가 한때 통제됐고 산간 마을에서는 정전 사고가 발생하는 등 하루종일 몸살을 앓았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현재 강원도 북부·중부 산지에는 대설경보가, 남부 산지와 태백에는 대설주의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이틀째 눈이 내리고 있다.
특보가 해제된 대부분 지역에서는 기온이 상승하면서 봄비가 내리고 있다.
평창 평지와 횡성에 내려진 대설경보와 정선 평지, 원주, 영월에 발효 중인 대설주의보는 이날 오후 1시에 해제됐다.
양구·홍천·인제 평지와 춘천, 화천, 철원에 내려진 대설주의보도 오전 11시에, 강릉·양양·고성·속초 평지에 내려진 대설주의보는 오전 10시에 해제됐다.
17일부터 19일 오후 2시까지 적설량은 산지 향로봉 81.6㎝, 미시령 70.6㎝, 삽당령 43.7㎝, 강릉 왕산 28.2㎝, 대관령 29.3㎝, 태백 26.3㎝, 삼척 하장 16.3㎝까지 내렸다.
영서 지역에서는 횡성 안흥 19.8㎝, 평창 면온 19.1㎝, 평창 대화 15.0㎝, 원주 신림 10.9㎝, 철원 외촌 6.7㎝, 홍천 서석 6.2㎝까지 내렸다.
영동 지역에서는 북강릉 6.4㎝, 고성 현내 2.4㎝, 속초 1.9㎝, 삼척 원덕 2.4㎝, 강릉 주문진 2.2㎝를 기록했다.

영서 지역은 19일 오후 3시에서 6시까지, 영동과 산지는 오늘 밤 9시 이후까지 비 또는 눈이 내리다 그칠 것으로 강원기상청은 내다봤다.
앞으로 더 내릴 적설량은 산지 3~10㎝, 영서 1~5㎝, 영동 1㎝ 미만으로 예상된다. 강수량은 5~15㎜ 예상된다.
박수진 예보관은 “대설주의보가 해제된 지역에서도 기온이 낮은 지역은 눈이 조금 쌓일 수 있겠다. 또한 오늘 오후부터 기온이 오르면서 눈이 비로 바뀌어 내리겠다. 미세한 기온 변동과 지형적인 영향으로 같은 시·군 내에서도 비와 눈의 강수 형태, 적설의 차이가 크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시거리도 매우 짧겠고 미끄럼에 의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월동장비 준비를 철저히 하고 감속, 안전거리확보 등 교통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특히 오늘 밤부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내린 비와 눈이 얼어 빙판길이나 도로에 살얼음이 나타나는 곳이 있겠다”며 “교통안전과 보행자 안전사고에도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5중 추돌사고 서울양양고속도로 혼잡 극심 2시간 통제 후 정상 소통…고성 흘리 정전 사고 주민 불편
한국도로공사 강원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33분 양양군 서면 서울양양고속도로 양양 방향 서면 6터널 부근 145.5㎞ 지점에서 승용차 등 5대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추돌했다.
이 사고로 양양 방향 도로에서 극심한 혼잡이 빚어지면서 2시간여 동안 고속도로가 제 기능을 잃었다.
한국도로공사는 서양양IC 통행 차량의 고속도로 운행을 통제하고 국도로 우회토록 했고 그 사이에 사고를 수습했다.
통제된 도로는 오전 9시52분 해제돼 현재까지 정상 소통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측은 “오늘 밤 늦은 시간까지 폭설이 예상된다”며 “안전운행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성군 간성읍 흘리 1·2리에서는 110여 가구 200여 명의 주민들이 정전으로 불편을 겪었다.
정전 사고는 이날 오전 9시40분께 발생했다.
한국전력공사 고성지점에서 긴급복구반을 보냈지만 마을로 진입하는 길에 많은 눈이 내려 제설이 안되면서 현장 도착이 늦어져 복구에 애를 먹었다.
고성군청이 유니목 차량을 긴급 투입해 눈길을 치우면서 낮 12시30분에 전기 공급이 재개됐다.
농민들은 피망 모종을 가식하는 비닐하우스에 전기 공급이 끊겨 보일러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모종이 냉해로 죽을까 봐 걱정하기도 했다.
◇늦장 제설 혼쭐난 속초시 오늘은 달랐다 진땀…농촌지역 평창선 농기계 총출동 제설 분주
지난해 12월 55.9㎝의 기록적인 폭설에 늦장 제설까지 더해져 혼쭐이 크게 났던 속초시는 전날부터 설악산을 중심으로 폭설이 쏟아지자 그날의 악몽이 재현될까 도심 골목길, 도로에 쌓인 눈을 신속히 치우는 데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속초시는 19일 오전 5시30분부터 도심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자 그레이더, 유니목, 덤프 준설차를 전진배치하고 고상제설제 31t, 액상제설제 15t을 주요 도로에 살포해 도로 기능 정상화 유지에 안간힘을 썼다.
또한 각 동 주민센터에서는 새벽부터 시청 건설도시과와 상황 공유를 하면서 동장 책임하에 마을제설단과 협력해 1t 트럭에 삽날을 부착하고 제설 취약지를 중심으로 마을 안길, 승강장, 인도변 등 마을 실정에 맞는 제설 작업을 펼쳐 주민 불편 최소화에 구슬땀을 흘렸다.
속초시는 폭설 예보가 나오자 이틀전부터 건설도시과에 제설 작업 본부를 꾸리고 제설 장비와 동 주민센터 제설단과의 비상연락망을 점검하고 관내 도로 순찰을 하는 등 국지성 폭설에 대비한 상황 대기를 유지하며 밤샘 근무를 실시했다.
‘겨울왕국’, ‘눈의 고장’ 평창군 주민들도 종일 마을과 도로 곳곳에서 제설을 하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농업이 주요 산업인 평창에서는 집집마다 트랙터 등 농기계를 보유하고 있어 오늘처럼 폭설이 내리면 제설에 총출동을 한다.
행정당국의 행정력이 산간 마을 안길까지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위력을 발휘했다.
◇차주들 눈 이불 뒤집어 쓴 차량 눈밭 주차장 빼내느라 진땀…관광객들 커피 한 잔과 하얀 눈, 바다 풍경 감상에 스트레스 해소, 스키어·보더 가는 겨울이 아쉬워
30㎝ 가까이 눈이 내리면서 주차장에 세워둔 승용차는 모두 눈 이불을 덮게 됐다.
차주들은 차 지붕과 보닛에 수북이 쌓인 눈을 치우고 제설이 안 된 주차장에 쌓인 눈밭에 빠진 차를 빼내느라 진땀을 뺐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춘설의 설경을 보려고 온 일부 차주들은 스노타이어, 체인 등 월동장구 준비 없이 평창군 대관령면 선자령 임도 눈길을 오르다 눈밭에 빠져 견인차를 호출하는 등 힘겨운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스키어·보더들은 평창 용평리조트 스키장에서 함박눈을 맞으며 설원의 슬로프를 질주하면서 가는 겨울의 아쉬움을 달랬다.
주말을 맞아 강릉 안목 커피거리를 비롯한 동해안을 찾은 관광객들은 예쁘게 꾸며 놓은 커피숍(카페)에 앉아 푸른 바다와 황색의 백사장에 내려 앉은 하얀 눈을 바라보면서 평일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