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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만 입혀 몸 훑어, 볼 뽀뽀” 결국 극단적 선택

2022년 0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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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만 입혀 몸 훑어, 볼 뽀뽀도” 직장 내 괴롭힘 30대 결국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전경.

국내 한 중견 철강회사에서 근무하던 30대 남성이 3년 전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 유족은 ‘직장 내 괴롭힘’을 주장하며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제 동생을 위해 철저한 사건 조사가 필요합니다’ 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자신을 숨진 남성의 형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제 동생은 약 3년 전 세아베스틸에서 근무 중 직장 상사의 성추행과 모욕, 비하 등 끊임없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통을 받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사건 발생 시기는 2018년 11월로, 왜 이제서야 이슈를 만들었는 지 궁금할 수 있다”며 “사고 후 휴대전화를 확인해보니 (동생이) 지속해서 괴롭힘을 당한 내용이 발견돼 이후 회사 징계 내용과 휴대전화 및 PC 포렌식 자료, 직장 동료들의 추가 증언 등 여러 자료를 취합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인정 신청을 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이 맞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2년 간 수집할 수 있는 증거들을 모았고, 현재 민·형사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나 경찰은 피의자가 범행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범행을 일정할 만한 뚜렷한 자료를 발견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했다”며 “물론 법리적 판단이겠지만, 유족으로서 이 내용을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A씨는 “담당 검사가 경찰에 재수사를 지시했었음에도 경찰은 다시 불송치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고, 담당검사가 이를 확정했다”며 “너무 황당하고 억울해 최근 검찰에 항고장을 내 재조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가해자들이 범행을 인정하고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합당한 처벌을 받았으면 한다”면서 “지금까지의 과정은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긴 시간이었다. 제발 동생이 한을 풀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사건은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6년차 근로자였던 A씨의 동생인 B씨가 2018년 11월 25일 군산 금강 하구의 한 공터에 주차한 자신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공장 앞 자취방에 다녀온다며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끊긴 지 3일 만이었다. B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휴대전화에 마지막 순간을 촬영한 25분 분량의 영상과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유서를 남겼다.

B씨는 입사 직후부터 직속 상사들로부터 성추행과 괴롭힘을 당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유서에서 “상사는 몸에 문신이 있냐고 묻더니 팬티만 입게 한 뒤 몸을 훑어보고 여러 사람 보는 앞에서 수치심을 줬다”며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찍히기 싫어서 이야기 못했다. 한이 맺히고 가슴 아프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노래방 입구에서 볼 뽀뽀를 했다. 이렇게 행동하는 게 난 싫다”며 구체적인 성추행 피해도 언급했다.
B씨는 6년간 당했던 일들을 낱낱이 고발하면서 후배들에게 “쓰레기 같은 벌레 때문에 고통받지 말자”라고도 적었다.

지난해 1월 근로복지공단은 B씨의 죽음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산업재해가 맞다고 인정했고, 유족은 가해 추정자들을 성추행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오래전 일이라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한편 해당 사건이 언론을 통해 외부에 알려지자 세아베스틸은 김철희 대표이사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다.

김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회사 내에서의 괴롭힘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소중한 저희 직원의 명복을 빌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형언할 수 없는 슬픔 속에 살아가고 계신 유가족분들께 진심을 담아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를 비롯한 ㈜세아베스틸 경영진 모두는 본 사건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모든 반성과 되돌림의 출발점은, 회사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번 일에 책임을 깊이 통감한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의 총괄 책임자인 박준두 대표이사와 제강담당 김기현 이사는 이날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 그 외 관련자 처분은 인사위원회를 조속히 개최해 명명백백히 밝혀나갈 예정이다.

김 대표는 “책임자의 사퇴가, 피해 직원과 유가족의 크나큰 상처에 비견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며 “이번 사건과 상처를 반면교사 삼아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고, 두 번 다시 이와 같은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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