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식생활에 있어 떼려고 해도 뗄 수 없는 기호음료가 있다. 1인당 연간 평균 소비량이 367잔에 달하고 하루에 1잔은 기본, 2~3잔 이상을 즐기는 기호음료는 바로 커피다.
1896년 아관파천 당시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했던 고종 황제가 처음 마셨다고 알려진 커피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한끼 식사를 마친 뒤 당연히 즐겨야 하는 음료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의 커피 역사는 어떤 발전 과정을 거쳐왔을까.
우리나라 커피 역사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은 고종 황제다. 커피는 1890년경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했지만 외국인 선교사들 위주로 즐기던 그들만의 기호식품에 불과했다.
명성황후 시해 이후 살해 위협을 느낀 고종 황제는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했고 이 곳에서 웨베르 러시아 공사의 권유로 커피를 처음 접했다고 알려졌다. 이후 궁으로 돌아온 고종황제는 덕수궁 내 정관헌을 짓고 신하들과 커피를 마셨다.
고종 황제의 커피 사랑은 대중들에게도 알려졌고 20년이 지난 1910년경에는 서울 종로, 명동, 충무로 등에 외국인들이 경영하는 다방이 생기며 커피를 알렸다. 한국인이 경영한 최초의 다방은 카카듀가로 1927년에 안국동에 문을 열었다.
1970년 이후에는 DJ가 있는 음악다방을 비롯해 라이브 공연이 이뤄지는 곳까지 기존 다방이 진화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커피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대중화된 것이 1970년대로 볼 수 있다.
1990년대에는 커피 전문점 시대가 열렸다. 1990년 초반에는 전화기와 함께 편안 쇼파가 설치돼 있는 전문점이 인기를 끌었다. 이곳에서는 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비엔나 커피를 비롯해 눈꽃빙수, 파르페 등을 판매하며 인기를 끌었다.
스타벅스(신세계그룹)가 1999년 이화여대 앞에 첫 매장을 오픈한 이후부터 국내 커피 전문점 시장에는 대변화가 일어난다. 스타벅스는 당시 문화를 판매하는 것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테이크 아웃 문화가 보편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맥심 커피'(동서식품)로 대표되는 인스턴트 커피 시대에서 아메리카노 시대로 한국 커피 시장의 패러다임이 확 바뀐 것이다.
그동안에는 점원이 가져다주는 커피를 즐겼다면 스타벅스의 등장 이후부터 손님이 직접 커피를 가져다 마시는 문화가 빠르게 자리잡았다. 2000년대 초반에는 테이크 아웃 문화 확산으로 점원이 있는 커피 전문점이 빠르게 사라졌다.
스타벅스의 등장 이후 2000년대 초반에는 고급 커피 전문점 전성시대가 열렸다. 글로벌 브랜드인 커피빈을 비롯해 국내 업체인 엔제리너스(롯데), 할리스, 탐앤탐스, 투썸플레이스, 파스쿠찌(SPC), 카페베네 등이 경쟁하며 시장을 키워나갔다.
2010년대는 커피 시장의 양극화가 본격화됐다. 2001년 중앙대 1호점으로 시작한 이디야커피가 중저가 커피 시장을 개척했다면 2010년대에는 빽다방,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더벤티, 매머드커피 등이 뒤를 따르며 저가 커피 시장 파를 키운 것이다.
스타벅스 등 고급 커피 전문점이 2000년대 초 아메리카노 한잔에 4000원을 책정한데 반해 저가 커피 전문점은 아메리카노 한잔에 1500~3000원 등 저렴한 가격을 책정, 고객들에게 차별화 포인트를 제공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2020년대의 한국 커피 전문점 시장은 여전히 춘추전국시대의 모습이다. 고급 커피와 저가 커피 전문점이라는 말은 무색해졌다. 아메리카노 가격으로 고급과 저가를 구분할 수는 있지만 다양화된 메뉴와 가격으로 비교가 무색할 정도다.
업체별 전략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고급 커피 전문점으로 불리던 업체들은 커피 뿐 만 아니라 공간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에 투자하는 모습이다. 반면 저가 커피 전문점은 합리적인 가격에 양질의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
커피 업계 관계자는 “국내 커피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말은 예전부터 나왔다”면서 “지난해 기준 커피 전문점의 개수는 10만 개에 달하지만 국내에서는 커피 전문점을 비롯해 기존 인스턴트 커피, 캡슐 커피 시장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