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제 인생에서 제일 아팠을 것 같아요. 허리가 너무 아파서 움직이기가 힘드니까… 걱정이 많이 됐죠.”(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Blackpink: Light Up the Sky)(2020) 중(中) 지수 발언)
세계 최대 대중음악 축제로 통하는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 초청 받기도 쉽지 않지만, 라인업에 포함됐다고 해도 이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 역시 만만치 않다.
개최 장소인 인디오의 사막지대 코첼라 밸리의 사막 기후 자체가 공연하기에 최적의 환경은 아니다. 무엇보다 수많은 음악 팬들과 내로라하는 뮤지션들 사이에서 공연한다는 부담이 엄청나다.
미국 ‘Z세대 아이콘’ 빌리 아일리시는 2019년 코첼라 페스티벌에 출연했는데 당시엔 헤드라이너가 아니었음에도(작년 이 페스티벌에선 헤드라이너로 섰다) 해당 축제에 대해 큰 부담을 느꼈다. 그런 모습은 글로벌 OTT 애플tv+ ‘빌리 아일리시: 조금 흐릿한 세상'(2021)에 잘 담겨져 있다. 그런데 이 축제 흥행 이후 아일리시는 성장했다.
지난 2019년 4월 K팝 걸그룹 최초로 ‘코첼라 페스티벌’에서 공연한 블랙핑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2020년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블랙핑크:세상을 밝혀라’에 이 페스티벌 출연 당시 블랙핑크 멤버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지수가 공연 직전 허리 통증으로 고생했지만 1시간가량 무대를 성료했다. 코첼라 창립자인 폴 톨렛이 직접 블랙핑크의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이 페스티벌 출연 이후 블랙핑크에 대한 입소문이 났고 북미 시장에서 급격한 인지도를 쌓으며 빌보드 차트 등에서 큰 성과를 냈다.
블랙핑크가 올해도 ‘코첼라 페스티벌 2023’을 통해 또 하나의 전환점을 맞을 지 관심이 크다.
특히 해당 페스티벌에서 K팝 아티스트 처음 헤드라이너로 나선다. 14~16일(이하 현지시간), 21~23일 열리는 이번 축제의 15·22일 무대의 메인을 장식한다. 14·21일과 16·23일 각각 헤드라이너로 나서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라틴 팝 스타 배드 버니, 미국 얼터너티브 R&B의 선구자인 프랭크 오션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실제 영국 보이밴드 ‘원디렉션’ 출신 해리 스타일스도 지난해 ‘코첼라 페스티벌’에서 호연한 뒤 아이돌이 아닌 아티스트로서 이미지에 방점이 찍히면서 한 단계 더 도약했다. 스타일스는 지난달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에서 펼친 첫 내한공연 때도 날아다녔는데 자신의 투어는 물론 코첼라를 비롯한 페스티벌에서 단련된 실력과 쇼맨십이 일품이었다.
블랙핑크, K팝 최초 코첼라 헤드라이너…BTS 넘어선다
블랙핑크 역시 이번에 코첼라 헤드라이너 경험을 발판 삼아 남아 있는 월드 투어 ‘본 핑크’와 다른 굵직한 페스티벌에서 활약이 기대된다.
코첼라는 1999년부터 이어져 매년 2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 모으는 미국 최대 규모의 페스티벌이다. 가장 핫한 팝스타들과 영향력 있는 뮤지션들의 참여로 매번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전 세계 다른 축제와 비교해 비교적 젊지만 록은 물론 힙합, 일렉트로닉, 팝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기획력으로 단숨에 손꼽히는 음악 축제가 됐다.
한국 뮤지션 중 코첼라 첫 출연은 2011년 듀오 ‘EE'(이윤정·이현준)다. 삐삐밴드 출신 이윤정을 중심으로 결성된 토털아트 퍼포먼스 듀오인 이 팀은 강한 개성으로 현지에서 주목 받았다. 2016년 힙합그룹 ‘에픽하이’가 두 번째로 참여했고, 2019년엔 걸그룹 ‘블랙핑크’와 함께 밴드 ‘혁오’, 전통음악 기반의 포스트 록 밴드 ‘잠비나이’가 출연했다.
군 복무 등으로 공백기를 보내던 2세대 대표 K팝 그룹 ‘빅뱅’이 2020년 이 페스티벌 출연을 통해 컴백하려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무산됐다. 현재 빅뱅 멤버들은 솔로 활동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 페스티벌에 출연했으면 팀 활동이 더 활발했을 것이라는 가정법 해석도 있다.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작년에도 한국을 기반으로 삼는 아티스트들이 대거 출연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기반으로 현지에 다양한 아시안 아티스트를 소개해온 레이블 ’88라이징’이 메인 무대에서 기획한 ‘헤드 인 더 클라우드스 포에버(Head in the Clouds Forever)’를 통해 윤미래, 비비(BIBI), 씨엘과 2NE1, 갓세븐(GOT7) 멤버인 홍콩계 중국인 잭슨 왕(Jackson Wang), 에스파 등이 공연했다. 특히 2NE1은 이 축제를 통해 6년4개월 만에 완전체 무대를 꾸며 큰 환호를 받았다.
88라이징 무대와 별도로 에픽하이가 다시 출연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한국 DJ 페기 구도 가세했다. 또 한국계 미국인 음악가 미셸 자우너(Michelle Zauner)의 솔로 프로젝트 ‘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도 나왔다.
올해도 블랙핑크 외에 K팝이 기반이거나 한국을 주무대로 삼는 뮤지션들도 나온다. 잭슨 왕이 올해도 이름을 올렸고 한국계 미국 DJ 겸 일렉트로닉 프로듀서 예지, 힙합 크루 ‘디피알(DPR)’ 멤버인 DPR 라이브(LIVE)와 DPR 이안(IAN) 등도 나온다.
코첼라 페스티벌은 작년 제대로 오프라인 공연을 펼친 동시에 유튜브로도 모든 무대를 생중계했다. 이 방법은 전 세계에 코첼라 열기가 번지는데 큰 역할을 했다. 올해 역시 유튜브로 생중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