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는 탈진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을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는 사회적 분위기, 중독성 강한 정보통신 기술, 신자유주의 자본주의가 부과하는 끝없는 심리적·사회적 압박은 우리를 탈진 상태까지 일하도록 몰아붙인다.
최근 직장에서 우울증, 만성 스트레스, 번아웃을 겪는 사례가 전례 없이 증가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재택근무로 전환됐을 때도 상황은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
우리는 삶의 모든 측면을 일이란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인생 동반자, 친구, 자녀와의 관계를 비롯해 건강과 체력 유지, 자기 계발과 개인적 성장까지 인생에서 더 많은 영역을 수고로운 노동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만연하다.
‘지쳤지만 무너지지 않는 삶에 대하여'(알에이치코리아)는 인류사에 존재했던 피로의 인문학을 다룬 책이다. 탈진, 무기력, 불안, 우울, 권태, 죄책감 등 마음의 통각을 회복시켜줄 번아웃 사용법도 알려준다.
문화사학자이자 번아웃 상담 코치인 저자는 인류사 내내 존재했던 피로라는 개념을 다각도로 분석한 26가지 키워드로 번아웃의 근원과 역사를 탐구한다.
저자는 역사 속 석학들과 현존하는 학자들까지 다양한 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탈진이라는 증상을 파헤친다.
중세 시대 무기력에 빠져 신앙심을 잃어가는 수도사, 르네상스 시대 연금술사가 끝끝내 만들고 싶어 했던 전설의 피로 회복제, 외부 자극을 크게 받아들이는 신경증 환자를 소개하며 인간 내면 소진 상태를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