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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천 타임스케치] 숫자가 말하는 숨은 메시지

2025년 0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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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천 칼럼니스트

불란서의 대문호 빅토르 휴고가 ‘레 미제라블’을 다 쓰고 나서 인쇄소에 편지를 보냈는데 그 내용은 물음표 ‘?’ 하나였다. 그러자 인쇄소 사장도 휴고에게 느낌표 ‘!’ 한 개를 써 보내 답했다는 일화가 있다. 풀이해보면 ‘많이 팔립니까?’ 하는 질문에, ‘말도 맙쇼!’ 라는 답신이란다.

어찌보면 근래에 젊은이들 사이에서 활발한 일종의 약식문자 메시지를 닮았다. 이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일상적으로 약자표기나 이모티콘을 통해 기쁨이나 분노, 찬성과 반대, 사랑과 증오 등 수많은 감정들을 간단히 표현해 낸다. 이것들은 신세대 동아리들간의 격식을 차리지 않고 재치가 넘치는 그들 나름대로의 컴뮤니케이션인 셈이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보다 더 보편적인 모습으로 기호나 숫자가 의외로 우리 생활 언어 속에 많이 녹아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일터에서 잠깐만 쉬자고 하는 ‘take five’나 묵비권 행사로 ‘take the fifth’, 혹은 초보를 위한 기본 가이드인 ‘101’ 등이 그것이고 약간 생소하겠지만 ‘catch 22’란 말도 종종 쓰인다. 반전 소설에서 유래된 이 말은 ‘진퇴양난, 딜레마’에 빠진 경우를 말한다.

그런가 하면 암호 비슷하게 의사를 표현하는 비밀성 은어들 또한 적지 않다. 어느 사람이 서신을 하나 받았는데 단 한 숫자141이라고만 쓰여 있었다. 무슨 뜻일까? 숫자 1은 영어 알파벳 I를 닮았고 이를 발음이 같은 eye로 치환해 보면 141은 eye for eye로 읽을 수 있고 이는 즉 ‘눈에는 눈’이란 뜻으로 바로 ‘동해보복주의’를 말해 보복하리라는 편지였던 거다.

이같은 은어 혹은 속어에 ‘86’ 란 말도 있다. 주로 음식점이나 바에서 쓰는 ’86’는 ‘품절되다’, ‘더 이상 제공되지 않다’는 의미로 ‘We’re 86 on the salmon tonight’이라고 하면 ‘오늘 연어는 품절입니다’ 란 뜻이라고 한다. 특정 음식이 품절되었음을 의미하는 코드였던 데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내쫓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해서 금주법 시대에 술을 몰래 파는 비밀 바에서 경찰이 단속하러 오는 경우 손님을 ‘조용히 내보내’라 할 때 ’86하라’는 신호로 쓰였다는 설도 있다. 그러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제외하다’, 심지어 ‘죽이다’로 까지 의미가 확장되어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라 한다.

지난 15일 제임스 코미 전직 FBI 국장이 해변에서 ‘86 47’ 모양으로 나열된 조개껍데기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린 것 때문에 수사 선상에 올랐다. ‘86’는 제거, ‘47’은 마침 47대 대통령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해 트럼프 대통령 암살을 선동했다는 이유에서다. 코미는 2016년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혀 트럼프의 눈엣가시가 되어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해임된 바 있다.

과연 무슨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사람들은 숫자와 연관 지어 이야기를 꾸미는 경향이 많다보니 그 속에는 이런 어두운 것 말고도 밝고 아름다운 것들도 무수하다. 그 중 참된 우정이나 금실 좋은 부부 얘기를 보자. 220의 약수 중 자신의 숫자만 빼고 다 더하면 284가 된다. 반대로 284를 같은 방법으로 하면 220이 된다. 해서 이 둘을 ‘친구수’라 한다. 또 48은 그 약수 중에서 자신의 수와 1을 빼고 다 합하면 75가 되고 75 역시 같은 방법으로 하면 48이 된다. 이 둘을 ‘부부수’라고 한다.
헌데 성서에 ‘거룩한 성에 284명의 레위인이 있었다’느니, ‘야곱이 에서를 위해 염소와 양 각각 220마리의 예물을…’이라는 성구를 보면 이런 수(數)들의 일치가 단순히 우연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어쩌면 숫자의 세계에는 사람이 사는 세상사가 모두 다 들어있는 것 같다. 따라서 수(數)는 우리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보다 먼저 존재하고 있던 것을 우리가 찾아 낸 것 뿐일테고 그 안에는 우리의 삶과 우리가 살아갈 길잡이에 대한 메시지도 들어 있다고 여겨진다.
해서 ‘수학에는 반드시 답이 있다’고 하는 게 아닐는지. 단지 그 해석을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뿐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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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 전 FBI 국장 인스타 ‘86 47’…트럼프 암살 선동 혐의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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